6.1지방선거

<6.2 지방선거> ① 이것만은 고칩시다(연합)

말글 2010. 2. 1. 11:20

'2010 대전시민 매니페스토 선포 및 전달식'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2010 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 대전본부(본부장 최호택)'는 26일 오후 2시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2010 대전시민 매니페스토 선포 및 전달식'을 갖고, 민선 5기 지방선거 대전시민 10대 어젠다와 82개 정책공약이 담긴 '2010 대전시민매니페스토'를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전달했다. 사진은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2010 대전시민매니페스토'를 전달한 뒤 공명.정책선거를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2010.1.26
kjunho@yna.co.kr


'돈 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

※편집자주 = 오는 6월2일 치러지는 민선 5기 동시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출마 희망자의 예비후보 등록이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지만 벌써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드러나는 돈 선거, 비방.인신공격, 공약 남발 등의 문제점을 3편으로 나누어 짚어보고자 한다.

  
(전국종합=연합뉴스) 2006년 출범한 민선 4기의 기초단체장 234명 가운데 18%인 4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이 가운데 자진해서 사퇴한 5명을 제외한 37명의 38%인 14명은 공직선거법상 금품 살포와 기부행위 등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이른바 '돈 선거'가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 선거 빚 감당 못해 자살까지
지난해 11월 발생한 오근섭 전 양산시장 자살사건은 돈 선거가 부른 극단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검찰의 지난 25일 발표를 보면 오 전 시장은 선거를 치르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선거 빚 60억원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앞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하고서 선거 빚에 시달리다 땅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59억원을 대출받고 친지들로부터 2억원을 빌려 묵은 빚을 갚고 일부는 보궐선거 자금으로 썼다.

   오 전 시장은 새 빚을 갚으려고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개발정보를 흘려주고 2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 그 돈은 모두 빚을 갚는 데 사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자살은 수십억원의 선거자금을 써야 하는 고비용 선거구조에서 잉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으로 얼룩진 선거판은 양산만이 아니었다. 2007년 청도군수 재선거 때 후보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주민이 5천여명이나 됐다.

   청도군에서는 2004년 김상순 당시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잃은 이후 2008년까지 4년 동안 군수를 뽑는 선거가 해마다 계속됐다.

   2005년 4월 재선거에 이어 2006년 5월 치러진 동시선거에서 당선된 이원동 군수가 금품을 뿌린 사실이 적발돼 당선 무효됐다.

   이어 2007년 12월 재선거에서 당선된 정한태 군수 역시 금품 살포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사직하면서 2008년 6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유권자가 3만9천여명인 청도군에서 네 차례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법정선거비용이 20억원을 넘은 점을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돈이 뿌려졌는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말뿐인 법정선거비용
오 전 시장의 자살은 표를 얻으려고 마구잡이로 돈을 뿌린 자치단체장의 비극적인 말로를 보여주는 '경고판'과도 같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형법상 뇌물수수죄로 처벌받은 단체장의 상당수가 현직에 있을 때 개발정보를 넘기거나 특혜를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거래를 했으며 돈을 받고 자리를 파는 매관매직도 서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때마다 후보가 쓸 수 있는 법정선거비용 상한액을 정하는 것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의 법정선거비용은 40억7천300만원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서울은 38억5천700만원이며, 가장 적은 곳은 제주로 4억9천만원이다.

   그러나 많은 후보가 선거비용 제한액만큼만 쓰고는 당선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유권자들도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믿지 않는다.

   1994년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을 통해 보완된 공직선거법은 '돈 선거'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돈에 오염된 선거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128일 앞둔 지난 25일까지 기부행위 제한 위반 사례가 362건이나 선관위에 적발됐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적발된 574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는 것은 제2, 제3의 양산시장이 나올 만큼 또다시 돈으로 얼룩진 '혼탁 선거'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 촘촘한 법망보다 선거문화 변혁이 우선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와 가족, 정당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누구든지 후보자나 소속 정당을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해 놓았다.

   기부를 권유하거나 요구하는 행위도 처벌한다. 후보자로부터 돈을 받은 유권자는 받은 돈의 10∼50배를 과태료로 물어야 하며, 후보자에게 주례를 부탁해서도 안 된다.

   선거법에 금지와 처벌 규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를 어기는 일이 잦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무리 법의 그물이 촘촘해도 선거풍토가 달라지지 않고는 '돈 선거'가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1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 중앙 및 전국 위원회 간부 500여명을 모아 놓고 대책회의를 가졌다. 가장 강조된 것은 '돈 선거' 근절이다.

   선관위가 언론 및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유권자 의식개혁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한 것은 법을 통한 단속과 규제 못지않게 선거문화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경남도선관위 이용진 지도계장은 "돈 선거를 막는 법령 강화보다 돈 선거를 거부하는 유권자 의식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선거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돈거래를 막기 위해 비공개 선거부정감시단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진대 소성규(법학) 교수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이 스스로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며, 다음으로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의 상향식 공천제도와 선거공영제 정착 등 제도적 보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원대 권선필(행정학) 교수는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정당의 당직자들에게 공천헌금을 내는 것이 문제"라며 "공천의 민주화가 선행돼야 돈 선거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0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 차진구 부산추진본부장은 "정당의 상향식 공천제도를 정착시켜 거액의 공천헌금이 특별당비 명목으로 오가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했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염경형 정책실장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체의 선거사무를 국가가 맡는 '완전한 선거공영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량 이해용 이은파 홍창진 장영은 전승현 박창수 우영식 이우성 전승현 심규석 황봉규 기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1/31 07:31 송고

 

 

② 이것만은 고칩시다(연합)

"6.2 지방선거, 메니페스토 실천합시다"
(수원=연합뉴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 이비스엠버서더호텔에서 '2010 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 경기본부' 주관으로 민선 5기 지방선거 경기도민 10대 어젠다 선정 및 주요 정당 경기도당 전달식이 열려 강지원 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 대표 등이 정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2010.1.26
<< 지방기사 참고, 경기도선관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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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는 인신공격.."사이버공간이 복병"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들어 각종 선거에서 드러난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비방과 인신공격 등 `언어폭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공직선거 출마자의 수준이 크게 높아진데다 유권자들의 의식도 과거와는 달리 흑색선전에 놀아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방식이 합동연설회에서 방송토론회 중심으로 전환된 것도 선거판 행태를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말의 성찬'이 돼야 할 선거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선거 분위기 때문에 후보자들로 하여금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특히 선거에서 `익명성'으로 대변되는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아니면 말고'식의 명예훼손과 흠집내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에 대한 유권자들의 철저한 사후검증과 냉엄한 심판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비방.인신공격..줄어들고는 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 치러진 제4회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사례는 단 1건에 그쳤다.

   오는 6월2일 치러질 제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혐의로 입건된 사례 역시 3건에 불과한데다 후보자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선거과정에서 상대 후보자에 대한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이 사라졌다는 방증이다.

   이는 각 후보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선거 도구가 선거공보나 방송토론회 등으로 갈수록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자가 이미지 제고가 아닌 네거티브 선거에 주력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호비방과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구체적인 이익과 관련된 극소수의 유권자들에게만 영향이 있다"면서 "선거가 끝나고 나서 여론조사를 해보면 유권자 대부분 네거티브 선거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도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변화된) 수준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권 교수는 "4년마다 새로 선거권을 갖는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7∼8%에 달하는데 후보자들은 이들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이버 공간..네거티브 선거도구화 우려
하지만,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이 활개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널려 있다.

   각 후보자가 속한 정당의 홈페이지, 후보자 개인의 인터넷 공간,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후보자 발언, 공개장소에서의 연설과 대담, 후보자 토론회 등 마음만 먹으면 네거티브 선거를 구사할 수 있는 공간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네거티브 선거전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선관위는 "후보자 간 직접적인 비방과 인신공격은 거의 없어졌지만, 상대 후보자를 흠집 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흑색선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누리꾼을 중심으로 상대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는 경우는 아직도 적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최동열 인천시선관위 조사계장은 "인신공격과 상호비방 등 네거티브 선거전은 80∼90%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겉으로는 인신공격이 아니지만, 실제론 상대의 득표력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교묘한 네거티브 전략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000후보가 `20∼30대 유권자는 투표하지 말고 놀러 가도 된다'라고 말했다", "000후보가 노인 비하 발언을 했다" 등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강주 경기 파주선관위 관리주임은 "보통 한 선거구에서 4∼5명이 후보자들이 경합하는 상황에서 지상과제인 당선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비방과 인신공격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 "사실관계.진실여부 끝까지 추적해야"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데다 행정구역 통합 등에 따른 선거 지형 변화로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는 통합시장 선거 등 과거와는 다른 정치 지형으로 인해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비방, 인신공격 등이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를 막으려면 유권자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후보자의 발언을 즉각적으로 검증, 빠짐없이 사법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인덕 전남도선관위 홍보과장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정책개발, 약속검증과 관련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각급 선관위는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 달 2일을 즈음해 `사이버 선거부정감시단'을 발족해, 온라인상의 흑색선전.비방글에 대해 `1시간 내에 조치'를 취하는 신속대응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선관위에 부여된 `자료제출 요구권' 등 단순한 조사권만으로는 네거티브 선거를 막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염경형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선관위에 조사권뿐만 아니라 수사권을 줘야 한다"면서 "수사권이 있어야 불법행위에 대해 기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어 네거티브 선거가 사라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승현 이우성 김재홍 송진원 이강일 김종량 이은파 심규석 장영은 우영식 박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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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것만은 고칩시다(연합)

인천선관위 지방선거 아카데미 개최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인천시선관위 주최로 23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청에서 열린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6.2지방선거 입후보자들과 선거사무관계자들이 지방선거 안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2010.1.23
toadboy@yna.co.kr

`장밋빛 청사진에 멍드는 민심'

(전국종합=연합뉴스) "실현 가능한 공약(公約)을 제시해 주세요."
지난해 12월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6월 치러지는 6.2지방선거에서 출마 희망자들에게 바라는 유권자의 희망사항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유권자들이 1순위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일쑤다.

   깨끗한 선거, 현실성 있는 공약 중심의 정책선거보다는 혼탁 선거, 금권선거, 비방선거, 지역 연고주의 선거 등으로 얼룩졌던 게 우리나라 풀뿌리 정치의 현주소였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데는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도 한국 지방정치의 일그러진 모습을 만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후보자들의 달콤한 유혹의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가꾸려면, 무엇보다 유권자 스스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각종 공약이 땅파기 건설에만 치우쳐 거창하게 기공식만 치르고 흐지부지되는 공약空約)은 아닌지 눈을 부릅뜨고 따지고 가려 할 몫은 결국 유권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 "선심성 공약 남발 재현되지 않을는지.." = 지난해 3월 12일 울산 정가의 시선은 온통 대법원에 쏠렸다. 울산지역 금배지(국회의원직) 1개의 운명이 대법원의 손에 달렸었던 것.

   이날 대법원은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두환(울산 북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으며, 윤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윤 의원은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2월14일 울산∼언양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로부터 약속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약속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섣불리 언론사에 배포했다가 결과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 공복(公僕)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울산에서 이 사건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는 것처럼 꾸며 선심성 공약을 내세웠다가는 선거사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본보기로 거론된다.

   울산지역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공약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하지만, 공약 부풀리기 선거의 풍토가 완전히 가셨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강대우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은 "돈선거와 비방·인신공격, 공약남발 부정선거는 울산지역에서만큼은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잔존하는 부분이 있기에 이를 뿌리 뽑으려면 각 후보자와 정당의 노력뿐 아니라 울산시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와 고민은 지방선거를 앞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2010시민매니페스토 만들기 경남본부' 공동본부장인 전점석 창원YMCA 사무총장은 "지역봉사보다는 개인 명예 차원에서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이들이 `당선가능성'을 우선해 건전한 정책대안보다는 인기영합이나 개발위주의 헛된 공약을 무분별하게 남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 자치시민연대 정책기획국장도 "2006년 지방선거에서처럼,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이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서는 추진하기 어려운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지 않을까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 "깨어 있는 유권자 정치의식이 근본 해법" = 공약 남발은 정치인과 정치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 지킬 수 없는 공약 정치로 말미암아 사회의 신뢰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을 길은 없을까.

   선거 때만 되면 정책감시, 공약 검증, 투명 공천 등 다양한 처방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해 공약을 따져보고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격을 검증해보려는 유권자의 정치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김영래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후보자는 참된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가 냉정하게 평가하는 정책대결 선거가 되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의 깨어 있는 정치의식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김순은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히 영호남에서는 `정당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퍼져 있다"라며 "유권자들도 이제는 `우리가 남이냐'라는 선동에 넘어가서는 안 되며, 인물을 보고 공약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남대 행정학과 오재일 교수는 "공약 남발을 근절하려면 후보들이 매니페스토(정책개발.약속.검증)를 철저히 활용하도록 선거문화를 바꿔야 하고, 지역마다 건전한 시민이 '정책감시단'을 구성해 실현불가능한 공약들을 검증하며,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도 지키지 않은 공약을 공개하는 등 장기적이고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처장은 "유권자들이 내가 뽑은 후보자가 당선됐을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당선 후에 공약을 잘 실천하는지 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유권자 의식개혁 사회운동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김종량 박창수 장영은 이정훈 심규석 전승현 이우성 이은파 우영식 한무선 송진원 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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