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세종시 문제, 결국 국민투표 하나(조선)

말글 2010. 3. 1. 09:52

세종시 문제, 결국 국민투표 하나(조선)

  • 주용중 기자 midway@chosun.com

입력 : 2010.03.01 02:24

李대통령 '최후의 카드' 만지작… 논란 예고
● 법적 논란
세종시 수정안이 과연 국민투표의 대상되나
헌법 학자들도 의견 맞서
● 정치적 논란
직접 민주주의 좋다고 정당 민주주의 훼손하나
MB 중간평가로 변질 가능성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문제는 나라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초메가톤급 카드다. 그동안 한나라당 친이(親李)계 의원 일부가 '국민투표 애드벌룬'을 띄웠으나 청와대가 공식 반응을 삼가 온 것도 그만큼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야당은 물론 당내 친박(親朴) 진영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투표를 추진할 경우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정당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또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세종시 문제 해결 방안으로 국민투표가 선호받고 있지만, 막상 투표에 돌입하게 되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로 그 성격이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을 지게 된다.

게다가 세종시 수정문제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을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에 이어 헌법 소원이 제기될 수 있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세종시 수정안을 과연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에 대한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취합해본 결과도 팽팽하게 나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국민투표는 국론 분열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큰 셈이다.

청와대는 이런 우려 때문에 일단 한나라당의 당론 변경을 통한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신임 당직자들과의 조찬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당이 중심이 돼서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당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해달라는 주문이다. 이런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한나라당은 최근 5일 동안 '마라톤 의총'을 열어 친이계와 친박계가 머리를 맞댔으나 여전히 절충안이나 타협점 마련은 요원한 상태다. 그 짐은 다시 당의 중진들에게 떠넘겨졌지만 중진들 역시 친이계와 친박계의 넓은 간극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당내 평가가 대세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 대통령의 중대 결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무엇보다 절충안 마련을 위한 당의 분발을 거듭 촉구하려는 고육지책인 것으로 보인다. 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대통령이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진들이 열심히 활로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니 우리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당장 무슨 조치를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대 결단론이 청와대의 단순한 '경고용' 또는 '엄포용'은 아닌 듯한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을 중도포기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세종시 절충안 도출이 수포로 돌아가거나 흐지부지될 경우 이 대통령은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과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마지막 수단인 국민투표를 불가피하게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월 26일에도 "가만있으면 정치적으로 편할 텐데 내가 일거리를 만든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휘어진 것을 바로 세우고 기초를 잘 닦으려 한다"고 간접적이긴 하지만 세종시 수정론 관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국민투표 카드 선택 여부는 3~4월 정국을 후끈 달굴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