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화요일의 호통’… 청와대 수석회의 무슨 일이 [중앙]

말글 2010. 3. 22. 09:16

‘화요일의 호통’… 청와대 수석회의 무슨 일이 [중앙]

2010.03.22 03:01 입력 / 2010.03.22 03:26 수정

“주교회의 4대 강 반대성명 정치권 무상급식 논란 왜 충분히 대응 못하나”
MB, 세 시간 넘게 질타

“대통령이 그렇게 세게 수석들을 깬 적이 없는 것 같다. 회의 분위기가 썰렁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

3월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얘기다. 당시 이명박(사진)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전례 없이 매섭게 질타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화를 부른 건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 강 살리기 사업 반대성명 발표(12일)와 정치권의 무상급식 논란이었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한 전말은 이랬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천주교 쪽에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진의를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천주교 주교회의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하자 “이미 다른 루트로 보고를 받았다”며 한 지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천주교 주교회의는 대통령의 이 지시가 있은 지 나흘 뒤 공개적인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회의에서 “주교회의 등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자연계와 생명의 파괴 우려’와 ‘생명 존중’을 사업 반대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정부는 왜 4대 강 사업이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업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느냐”는 취지로 관련 수석들을 몰아세웠다고 한다. 주교회의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전에 진행된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의 사전 설명이 너무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분야에만 치우쳐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에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주교회의가 설마 기자회견까지 하겠느냐’는 참모진의 안이한 판단이 큰 문제”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무상급식과 관련해선 “한나라당과 정부는 왜 자꾸 (야당의) 포퓰리즘적 주장에 따라만 다니느냐. 그럴 게 아니라 ‘전면 무상급식에 들어갈 예산을 다른 데로 돌리면 더 유익한 곳에 쓸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하라”며 당정의 대응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지난해 8월 일부 수석이 교체된 뒤 열린 회의 중 가장 분위기가 험악했다”며 “회의가 무려 세 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고 말했다.

회의가 오래 걸리는 바람에 주례보고를 위해 청와대에 들어온 정운찬 총리가 1시간가량 기다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무상급식 대책 등을 다루는 참모들은 내내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포함해 박형준 정무·박재완 국정기획·이동관 홍보수석 등 주요 수석들과 비서관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질타가 있은 지 이틀 뒤인 18일 한나라당과 정부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당정회의를 열고 “고소득층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을 저소득층 자녀의 무상급식 확대와 취학 전 아동의 무상보육 확대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