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정훈 사회정책부장
그런데 이 계획은 종교계측 거부로 불발됐다. 4대강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3대 종단 인사들은 "이 시점에서 정부와 대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취재팀에 통보해왔다. 정부가 국민과의 '4대강 소통'을 막고 있다고 비판하던 종교계가, 소통의 장(場)이 마련됐는데도 불참하다니 취재팀으로선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4대강 이슈를 파고들어가면 갈수록 정부와 반대진영 모두 솔직하지 못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양쪽 모두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감추거나 침묵하면서, 유리한 것만 부각시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그 결과 4대강 논쟁은 과학과 사실 대신, 정파적(政派的) 입장과 구호가 난무하는 '철학 논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를테면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fact)에 속한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4대강에 설치될 보(댐)에 배가 지나갈 수 있는 갑문(閘門)이 없고, 교량 높이도 선박 통행에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반대진영은 '대운하의 1차적 성격'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앞으로 추가 공사를 통해 갑문을 내고 교량을 고치면 경부운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추가 공사를 하더라도 다음 정권 때 일이다. 앞으로 대운하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4대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사고 낼 위험이 있으니 자동차를 만들지 말자는 얘기나 비슷하다.
반대진영은 또한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주장할 뿐, 4대강 사업이 가져올 효용은 말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으로 어느 정도 환경이 피해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반면 그 덕에 홍수·가뭄 조절능력이 좋아지고, 서울의 한강처럼 강변이 주민들 생활공간으로 바뀌는 편익도 있다. 4대강 사업은 피해와 효용 어느 쪽이 더 크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나, 반대론자는 환경 얘기만 하고 있다.
솔직하지 못하기는 정부도 뒤지지 않는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탓에 희귀종이 위협받고 예상 밖의 환경피해 사례가 속출하는데도 정부는 문제없다는 말뿐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아킬레스건(腱)은 추진 속도다. 국토의 골격을 바꿀 대공사가 불과 2년2개월 만에 끝나도록 계획 잡혀 있으니 이런 과속도 없다. 내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목표에 맞추려다 보니 엄청난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고, 환경영향평가를 약식으로 하는 등의 절차상 편법도 나온다.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왜 그렇게 서둘러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아해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안에 4대강 사업의 결과물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 관료들은 신중한 추진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빨리 해야 공사비용과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나서 "솔직히 내 임기 중에 내 책임으로 끝내고 국민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하면 모양도 좋고 불필요한 공격도 피할 수 있는데 말이다.
정부도, 반대론자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4대강 논쟁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10회에 걸친 본지 4대강 시리즈의 결론은 좀 솔직해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