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조선일보 9일자 A10면 '4대강 탐색전 나선 김두관 경남지사' 기사를 보면 김 지사가 "중앙정부 시책이라도 무조건 찬성하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중단시키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 중앙정부가 선출직 자치단체장에게 지시를 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궁금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독자 김태원씨
A: 시도지사, 국책사업 국가위임사무는 중앙정부 지시 따라야… 인사·재정 등은 자율권 행사
◆국가가 위임한 업무는 선출직 시·도지사도 따라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가가 법령에 따라 지시하거나 위임한 업무는 선출직 자치단체장이라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도 국가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만, 국가의 지시를 어긴 채 지방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법 167조는 '지자체나 그 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국가사무에 관해 시·도에서는 주무부 장관의, 시·군 및 자치구에서는 1차로 시·도지사의, 2차로 주무부 장관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선출직 시·도지사가 중앙정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중요 국가위임사무에는 4대강 사업 등과 같이 국비를 들여 추진하는 국책사업, 국유지 국도 등 국가재산관리업무, 호적 등 가족관계 등록사무, 공직선거 관리업무, 환경오염 단속 등의 업무가 있습니다.
◆인사 재정 등 고유자치사무는 시·도지사가 전권행사
반면 지방자치 시행 취지에 맞게 선출직 시·도지사가 중앙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해 집행할 수 있는 자치사무도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이전의 임명직 지자체장들에게도 중앙정부의 허가나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전결 처리할 수 있는 권한과 업무가 많이 있었습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치사무도 과거의 전결처리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도지사가 자율적으로 결정 집행할 수 있는 자치권한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인사권과 재정권입니다. 이 중 인사권은 선출직 시·도지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직 공무원에 대해 전권을 행사합니다. 행정부지사(행정부시장)와 일부 실·국장 등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게 돼 있는 5~6개 자리만 중앙정부와 협의해 결정하고 나머지 지방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채용 배치 승진 징계 해임 파면 등에 이르기까지 시·도지사가 전권을 행사합니다.
재정운영부분도 시·도지사가 상당 부분을 자율적으로 결정 집행합니다. 서울시나 경기도처럼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경우 전적으로 시·도지사가 재정 운영권을 행사합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교부세 등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사업결정과 집행을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합니다. 이밖에 주민복지업무나 지역관광사업, 재해발생시 대책수립 및 집행 등과 같은 일도 자치사무에 속합니다.
최근 지방선거로 새로 선출된 일부 시·도지사들이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사업을 중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시·도지사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국가가 국비를 들여 추진하는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선출직 시·도지사들이 간여할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4대강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준설토 등을 쌓아둘 적치장 허가권이나 공사차량에 대한 단속권이 시·도지사에게 속해 있다는 점을 이용해 4대강 사업을 거부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국가위임사무 거부 땐 직무이행명령 대집행 등으로 대응
4대강 사업과 같은 국책사업을 지자체가 시행하지 않으면 정부 주무 부처나 감사원은 해당 지자체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지자체가 끝까지 사업 시행을 하지 않고 집행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사업 주무부처 장관은 기간을 정해 직무이행 명령(지방자치법 170조 1항)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명령까지 어긴다면 주무부 장관은 지자체 비용 부담으로 대(代)집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지방자치법 170조 2항).
다만 최근 민노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기소된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는 지방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이 전적으로 선출직 시·도지사에게 속해 있어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강제로 지시하거나 이행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Q: 지난 13~14일 시행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교과부와 일부 진보교육감 사이에 갈등이 노출됐습니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이 평가 시험을 학생들이 치러야 한다고 한 반면, 일부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시험 선택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선출직 시·도 교육감은 교과부의 지시를 어디까지 따라야 하고 어떤 경우에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 관악구 독자 박명훈씨
A: 교육감, 법률로 정한 정책은 교과부 지시 이행해야… 학교 설립·교원 인사 등 전권 행사
◆사안별로 개별법률로 지시이행관계 규정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출직 교육감에 대해 어떤 것을 어디까지 지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육감이 교과부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할 업무나 분야가 무엇인지를 포괄적으로 명료하게 규정해 놓은 법은 없습니다. 대신 초중등교육법 등 주요 업무를 관장하는 개별법률을 통해 구체적인 교육정책(예컨대 학업성취도평가 실시)에 대한 교과부와 교육청 사이의 지시이행 관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독자께서 문의하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국가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실시하는 시험이므로 교육감은 이 시험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권한이 없습니다. 교과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얘깁니다. 만약 교육청에서 이 시험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현행법 위반으로 관련자들이 고발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출직 교육감의 자율범위는 교육자치법에 명시
반면 선출직인 시·도 교육감이 교과부 지침이나 지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업무는 1991년에 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선출직 시·도 교육감은 ▲조례안의 작성 및 제출 ▲예산안의 편성 ▲교육규칙의 제정 ▲학교의 설치·이전 및 폐지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 등에 대한 권한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들만 봐서는 인사·예산편성권 이외에 교육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알기 어렵게 돼 있습니다. 교육감의 구체적 권한은 시도별로 규칙과 조례를 통해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교육청은 학원 심야수업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교육감은 밤 10시 이후 수업을 하는 학원을 단속할 권한을 갖습니다. 만약 교과부가 '심야 학원단속을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려도 서울교육청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도에서는 다른 지역과 차별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 조례와 규칙을 만들어 제도를 시행하게 됩니다. 단 시도조례와 규칙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 등에 어긋나서는 안 됩니다.
◆따라야 할 지침 거부하면 직무이행명령 고발 등으로 견제
선출직 시·도 교육감이 법에 규정된 중앙정부의 교육정책 지침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교과부는 2단계의 조치를 통해 지시를 이행하게 합니다. 선출직 교육감이 관련법에 교과부의 지침을 따르도록 규정돼 있는 지시를 거부하거나 묵살하면 먼저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직무이행명령도 거부하면 검찰이나 경찰에 해당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합니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1심에서 교육감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교육감의 직무가 정지되며 부교육감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선거를 통해 교육감을 새로 뽑게 됩니다.
이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중앙정부인 교과부와 선출직인 시·도 교육감은 교육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