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군대위안부.문화재반환.유골봉환 등
"식민지지배 인식차서 비롯..日정부 태도 관건"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뼈아픈 의미를 상기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자는 결의는 현해탄을 사이에 둔 한.일 양국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피할 수 없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한반도를 강제로 병탄했던 과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 그런 이웃나라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국 사이에는 인식의 괴리가 자리잡고 있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이를 좁히기 위해 2002년 이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2차례에 걸쳐 활동하는 등 양국이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특히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에 대한 양국 정부의 '상반된 시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인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파악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러분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거나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무라야먀 담화는 당시 일본 정부가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표명한 가장 진일보한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담화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한국 강제병합에 대한 인식은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결과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반성하지만, 병합 자체에 대해서는 불법성과 강제성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고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담화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이는 식민지 지배 자체의 강제성을 인정했을 뿐 병합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합 과정과 자체의 불법성과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한국 병합은 아직 합법적인 조치로 남게되는 셈이다.
이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등에 대한 해석 차이로 연결되고, 다시 독도영유권과 문화재 반환, 군대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 한인,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봉환 등의 현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한일기본조약 2조가 대표적 예다.
한국은 '이미 무효'라는 부분을 '체결 당시부터 원천 무효'라고 해석하는 반면, 일본은 '원래는 유효하게 체결됐지만 한국의 독립으로 무효가 됐다'고 풀이한다. 이 해석의 차이가 독도 영유권 문제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군대위안부, 사할린 한인, 원폭피해자,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의 배경에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민간차관 3억달러'를 한국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협정) 체약국 및 국민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일본 정부는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반인도적 범죄 피해자인 군대위안부와 한일협정 체결 이후에 문제가 불거진 사할린 한인과 원폭피해자의 경우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역시 연금탈퇴수당과 미지급 임금(공탁금), 후생연금 등의 보상 문제를 놓고 다시 현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다만, 사할린 한인과 원폭피해자 문제는 그동안 한.일 양국 정부가 추진한 영주귀국사업과 모국방문사업, 일본의 40억엔 지원 등 양국 정부의 노력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양국 정부가 1970년대 초부터 시행 중인 유골봉환 사업도 일본 측의 관리 소홀 등의 잡음을 야기하면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간 총리도 올해 담화에서 "재(在)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 반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성실히 실시하겠다"며 이 부문에 대한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일본 각지의 사찰 등에 보관돼 있는 민간인 강제동원자 유골까지 포함하면 언제 유골 반환 사업이 언제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간 총리가 올해 담화에서 명시적으로 반환 의사를 밝힌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한반도 유래 도서 등 문화재 반환 문제도 이제야 해결의 첫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재일한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등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할 현안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현안 대부분이 한번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한.일 양국간 현안의 대부분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아갈 과제들"이라며 "양국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100년을 위해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이 바로잡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한국 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가 원천 무효임을 받아들일 때 궁극적으로 양국 간 남은 과제들이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양국간 현안 대부분은 일본 정부가 한국 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며 "궁극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얼마나 전향적이고 실천적인 태도를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17 07: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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