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시동 거는 여야 차기 경쟁(경향)

말글 2010. 9. 23. 11:35

여야의 차기 주자들이 정치적 기지개를 켜며 대권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2012년 대선까지는 아직 2년 이상 남았지만 현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정치권의 이목도 차기 주자들에게 옮겨가는 추세다. 여권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1순위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이계 거물 정치인들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워밍업에 들어갔다. 야권에서는 유력 주자가 없는 가운데 민주당은 당권경쟁에 나선 ‘빅3’와 ‘486’ 주자들이 대권까지의 긴 레이스를 시작했고, 정권교체를 위한 대전제로 부상한 야권 연대 문제가 전체 구도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 여, 朴 독주 흔들 대항마 누굴까 결국은 친이 - 친박 대결장

박근혜,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오세훈, 홍준표(왼쪽 위부터)

여권의 차기 주자들은 당,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고루 포진해 있다. 위치는 각기 다르지만,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각자의 콘셉트에 따른 차기 행보가 부쩍 빨라지는 흐름이다. 여야 대권주자들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차기 경쟁의 앞줄에 서 있다.

정중동 모드를 유지해온 박 전 대표는 최근 대외 행보가 잦아졌다. 세종시 수정, 미디어법 개정 문제 등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도 공개 행보나 발언을 자제해오던 양태와 대비된다. 우선 복지와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행보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국회 상임위를 기획재정위로 옮긴 그는 기획재정위 회의 질의에서 복지와 국민화합을 중심에 둔 경제발전,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그간 쌓아온 ‘경제 내공’을 내보이고 있다. 또 복지위 활동 당시 직접 발의해 제정된 제대혈법 시행령 마련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복지국가’ 구상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의원들과의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조해진·김영우·강승규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고, 나경원 최고위원이 주선한 여성의원들 오찬 모임에도 참석했다. 외연 넓히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견고한 지지층과 대중성을 겸비한 박 전 대표로서는 친이계를 축으로 당내 비토 세력의 완화가 대권으로 다가서는 최대 숙제로 여겨지는 터이다.

7·28 재·보선에서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특임장관으로 발탁된 이 장관은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노동계와 소통하며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내건 ‘공정 사회’의 전도사역을 자임하고 있다.

‘90도 인사’를 트레이드마크로 만든 그는 매일 지하철로 출근하며 이미지 변신도 시도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친박 진영과의 갈등의 중심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김영선·구상찬·이혜훈 의원 등 수도권 친박계 의원 3명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당내 계파 화합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이 ‘킹 메이커’가 아닌 ‘킹’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두꺼워지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2년6개월이나 남은 얘기다. 그런 얘기는 천천히 해도 늦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겼다.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높인 김 지사는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김태호 총리 후보자 지명 등의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가 하면, 최근 국회에서 열린 지방행정체제 개편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은 절대 전제국가였다. 리더십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될 때 대통령 본인이 불행해진다는 것이 65년의 역사”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트위터에 매일 서민과 관련한 글을 올리며 서민 이미지 쌓기에도 공들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6·2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대표직 사퇴 후 정치일선에서 다소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지역구 활동과 오는 12월 결정되는 2020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위한 해외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계파 갈등과 권력 사유화 문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차기 행보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밖에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 친서민 정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홍준표 최고위원,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7월 전당대회에서 대중성과 정치력을 보여준 나경원 최고위원 등도 잠재력을 보유한 차기 인물로 주목받는다.

한나라당의 재집권 여부는 결국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립구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2007년 대선 경선을 거치며 형성된 불신과 갈등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경선전이 본격화할 경우 한쪽 진영의 탈당으로 사실상 한나라당이 분당 상황으로 가는 사태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상존한다. 당장에 대선 경선을 목전에 두고 거쳐야 할 2012년 총선 공천전이 양 계파 간 타협과 파국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판이다.

박 전 대표의 독주구도를 흔들고 싶어하는 친이계의 선택지와 관련해선 친이계의 좌장이자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 특임장관의 항로가 변수로 꼽힌다. 이 장관이 ‘박근혜 대항마’를 자임하며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당장 친이계 주자들 간 교통정리가 예상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재야와 민중당 시절부터 수십년의 ‘동행’을 해온 김문수 지사와 ‘킹메이커’ ‘킹’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나설 경우 여권의 대선구도를 격동시킬 힘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주영 기자>

◆ 야, 잠룡은 많은데… 언제 누가 뜰까 ‘야권의 재구성’ 최대 난제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 유시민, 김두관(왼쪽 위부터)

권의 차기 구도는 복잡하고 혼미하다. 소위 ‘잠룡’으로 분류되는 후보군은 다양하게 포진해 있지만, 한 발 치고나가는 인물이 현재로선 딱히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2년 정권 교체를 위해 ‘필요충분 조건’으로 매김되는 야권 연대 또는 통합의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의 10·3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 결과와 함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시도될 ‘야권의 재구성’ 문제가 차기구도를 가늠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의 차기 주자 흐름을 엿보는 우선적 계기는 10·3 전당대회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인물이 차기 대권 가도에서 한걸음 앞서 나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이른바 ‘빅3’를 비롯해 주요 후보군이 이번 전대에 총출동해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에도 그런 배경이 깔려 있다.

당권 연임에 도전하는 정 전 대표는 “판을 키워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며 ‘선판후사’를 강조한다. 민주당의 외연 확대와 야권 연대 등을 통해 정권 탈환의 기초를 다진 뒤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6·2 지방선거 승리 등을 통해 패배에 물들어 있던 민주당에 정권교체의 희망을 안겨줬다는 성과는 있지만, 야권 지도자로서 아직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한 상황이다.

손 전 대표는 이번 전대를 2012년 대선과 등치시키고 있다. ‘집권 의지’를 전대에 임하는 승부수로 던졌다. 이번 전대를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가늠할 분수령으로 규정하고, 당권 쟁취를 통해 스스로 대권 주자로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비호남 출신인 만큼 ‘호남 필패론’ 우려에서 벗어날 적임자를 자임한다. 하지만 멍에처럼 따라붙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통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정 의원에게는 이번 전대가 절치부심의 계기다. “다들 ‘집권, 집권’ 하는데 의지만 있고 전략이 없다”면서 ‘복지국가와 복지연합’을 집권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전보다 ‘좌클릭’한 ‘담대한 진보’ 기치 아래 부유세 도입 등 세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07년 대통령 후보로 나서 역대 대선 사상 최다 표차(530만표)로 패배한 데 대한 책임론,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전력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당권주자 중에선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천정배 의원도 차기 후보군에 포함된다.

‘젊은 세대’의 도전 여부도 주목된다.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은 대선 국면까지 멀리 보고 움직이고 있다. ‘하청 정치’ 종식과 ‘세대교체’를 내걸고 전당대회 판에 뛰어든 것은 대선을 앞둔 실험적 성격이 담겨 있다. 486 주자 중에서는 이번 전대에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이인영 전 의원이 우선 꼽힌다.

세대교체 주자로는 6·2 지방선거에서 파괴력을 입증한 야권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입지가 크다.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등은 척박한 야권의 차기 주자 토양을 비옥하게 할 수 있는 자원으로 지목된다.

한명숙 전 총리도 차기 주자로 분류된다. 지금은 정당에서 약간 비켜선 ‘아웃사이더’로 비쳐지지만, 강력한 지지기반인 친노 진영에서는 ‘한명숙 대망론’을 공공연하게 얘기한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차기주자 중 가장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게 자산이다. 젊은층과 개혁 성향층에서 호감도가 높지만, 6·2 경기지사 선거 실패에서 보듯 한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도 관건이다.

민주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지만, 꾸준히 차기 후보군으로 올려 놓고 있다.

진보 진영에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40대 초반, 여성, 초선 비례의원인 ‘이정희’가 민주노동당 대표가 된 데도 차기 주자를 키우겠다는 당심이 반영된 결과다. 야권의 대선 장정에서 최대 변수는 야권 연대, 야권 통합의 문제다. 야권이 뭉치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을 꺾고 정권을 교체하기 어려울 것이란 공통의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민주당 ‘빅3’(정세균·손학규·정동영)를 비롯, 야권 인사들은 저마다 야권 연대와 통합을 정권 탈환의 전제로 강조한다. 야권이 단일대오로 한나라당에 대적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의 추억’도 갖고 있다.

2012년 총선·대권 등 권력교체기를 전망하면서 야권 재편에 대한 백가쟁명식 방법론이 제기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민주당·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까지 하나의 연합정당으로 모여야 한다는 ‘빅텐트론’,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 건설을 통한 야권 재편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대와 통합의 필요성은 공유하면서도, 각 당과 차기주자들의 이해와 지향이 달라 ‘하나’가 되는 과정은 험로가 불가피하다.

<안홍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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