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모의 재외국민선거…재일동포 “조국의 선거에 투표, 감격”(경향)
입력 : 2010-11-14 15:51:48ㅣ수정 : 2010-11-14 16:13:02
연습으로 해보는 투표지만 열기와 참여율은 ‘진짜 선거’나 다름없었다. 14일 도쿄 요쓰야의 주일한국대사관 2층에 마련된 모의 재외선거 투표소. 투표 시작 30분전부터 100여명의 민단 관계자와 교민, 주재원들이 몰려와 북적거렸다. 오전 10시 “투표를 시작한다”는 선관위 관계자의 개시 선언에 투표장 앞 복도는 이내 긴 줄이 형성됐다.
정진 재일민단 단장(73)을 시작으로 투표참가자들은 각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 2, 3세들은 난생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한다는 감회에 떨리는 손으로 투표용지에 자신의 ‘선택’을 적어넣었다. 정 단장은 “칠십평생에 조국의 선거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모의 선거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실시 상황과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시험 무대’ 성격이다.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할 점을 찾기 위한 목적이지만 일본의 모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뜨겁다. 지난 9월 마감한 참가 신청에는 당초 선관위가 배정한 500명을 훌쩍 넘어 1511명이 신청서를 냈고, 이 중 적격 판정을 받은 1475명이 투표 자격을 얻었다.
도쿄의 주일한국대사관(간토지방)과 오사카 총영사관(간사이지방) 등 두 곳에서 실시했지만 주변 지역은 물론 멀리서 홋카이도에서까지 찾아오는 재외 국민이 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 11시45분쯤에는 도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이바라키현에서 30여명의 교민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와 투표하기도 했다.
미야기현에서 왔다는 재일교포 2세 이근출씨(56)는 “아침 7시30분에 출발하는 신칸센을 탔다”며 “모의 선거이긴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투표한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했다”고 말했다. 센다이의 도호쿠대에 재학중인 유학생 김은희씨(33)는 “투표에 참가하려고 어제 도쿄에 와 친구 집에서 하루 묵었다”며 “한국에서도 몇 차례 투표를 해봤지만 이처럼 관심도가 높은 선거는 못봤다”고 밝혔다.
일본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것은 역사적인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발적 의사에 따른 이민이 많은 다른 외국과 달리 일본에 사는 영주권자들은 일제시대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들과 그 자손들이 대부분이다. 타국 교민들의 경우 최소한 한 두차례 국정선거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재일교포 가운데는 2012년 실시될 총선과 대선이 ‘머리카락 나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본 지역의 유권자는 47만3000여명에 달한다. 후보의 당락을 좌우할만한 규모다. 그런 만큼 ‘모의선거’가 아닌 ‘본 선거’가 실시되면 ‘교민사회 분열’ ‘과잉 열기에 따른 탈법행위’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일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본국의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선거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지만 다 선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국정 선거에서도 중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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