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코리아 그랑프리 그후] 적자 400억원… 영국 회사(FOM: F1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 기업)만 600억 챙겨 갔다(조선)
입력 : 2010.11.17 03:00
영암 '코리아 그랑프리' 무엇을 남겼나
공사비 4000억… 전남道 '휘청'… 당초 예상보다 두 배 늘어 대부분 빚… 年이자 150억
"주관社가 방만 운영"… 업체 선정 과정서 잡음 지출 내역도 보고 안해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 바다를 메워 만든 여의도 면적 1.5배에 이르는 4.5㎢ 간척지 중간에 1.85㎢(56만평) 규모 대형 자동차 경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바로 'F1 국제자동차 경주장'으로, 꼬불꼬불 이어진 길이 5.6㎞ 경주도로와 11만8000석 규모 관람석이 황량한 벌판 사이에 호젓하게 서 있다.
이 벌판에서 지난달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이 열렸다. 주차장도 없고 인가도 드문 오지(奧地)였지만 최고 시속 320㎞로 달리는 첨단 자동차 24대가 귀가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를 울리며 연인원 15만명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3주가 흐른 지금, 이 거대한 경주장은 적막에 잠겨 있다. F1 대회를 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전남도는 후유증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경주차 엔진 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대회 운영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왔고, 감사원과 도 의회가 이를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적자만 400억원
예상한 대로 이번 대회는 적자다. 당초 연구용역 보고서는 첫해 70억원 흑자를 '주장'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한 스포츠마케팅 전공 학자는 "F1 대회는 어디서나 거의 적자"라며 "비현실적 예상치"라고 지적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F1 코리안 그랑프리(대회 공식 명칭)' 1회 적자 규모를 4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F1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기업 FOM(Formula one Management)에 대회를 여는 대가인 '개최권료(sanction fee)'로 준 330억원과 중계권료 110억원, 여기에 각종 운영비 150억원을 합쳐 지출은 600억원에 육박하는 데 비해 잠정 수입은 180억원 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회 전 740억원 수입을 기대했던 조직위는 지금 '꿀 먹은 벙어리'다. 564억원을 목표로 했던 입장권 판매 수입은 반의 반도 못 미쳤다. 89억원을 목표로 한 기업 부스(개당 1억~2억원) 판매실적은 9개. 대회 스폰서(58억원 예상)는 잡지도 못했고, 방송중계권료(29억원 예상)는 KBS에 TV 광고를 어느 정도 해준다는 조건으로 16억원에 계약했다.
- ▲ 지난달 24일 영암에서 끝난 F1‘ 코리안 그랑프리’결승. 대회 운영과 경제적 타당성 등에서 많은 숙제를 남겼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이 와중에 돈을 번 곳은 영국인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이 운영하는 FOM밖에 없다. FOM은 '코리안 그랑프리'를 통해 개최권료, 세계 각국 중계권료, 경기장 내 각종 광고료 등 적게 잡아도 6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챙기고 떠났다.
연인원 15만명에 이르는 입장객 중 외국인은 대회 관계자를 제외하고 5000여명에 머물렀다. 당초 예상은 3만5000명이었다.
◆사업비 부담 도(道) 재정에 악영향
공사비도 부담스럽다. 3400억원으로 책정한 사업비는 추가 부담이 발생, 4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F1 대회를 열기 위해 진입도로를 만드는 데도 국비와 도비 550억원이 들어갔다.
사업비는 국비 528억원, 도비 1232억원, 대회를 치르기 위해 만든 법인 '카보(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에서 프로젝트금융으로 빌린 1980억원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방채와 은행 빚에 대한 이자비용만 1년에 150억원 이상 발생하고, 2012년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F1 대회는 매년 도 재정에 300억원 이상 적자를 안겨줄 상황이다.
공사비도 2006년 연구 용역보고서 때 2000억원에 불과하던 총액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전남보다 먼저 F1 대회를 추진했던 경남 역시 공사비로 2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계산한 바 있어 "석연치 않다"는 게 건설업체 관계자 지적이다.
경주장 설계업체 독일 틸케사에 지급한 비용도 과다하다는 주장이 있다. 카보는 틸케에 설계비로 200억원 이상을 건넸으나 과거 경남 창원에 F1 경주장 건립을 위해 틸케와 협상했던 국내 건설업체 관계자는 "당시(2005년) 30억원 미만에 설계해주기로 가계약했다"며 "5년 만에 7배나 뛴다는 게 말이 되나"고 했다.
◆미스터리 조직 '카보'에 끌려다닌 전남
F1 대회를 주관한 '카보'는 전남(28%), 시공사인 SK건설(25%), 한국자동차경주협회 정영조 회장이 만든 M브릿지홀딩스(MBH·17%), 전남개발공사(15%) 등이 주요 주주다. 전남과 개발공사가 43%를 보유, 전남이 최대 주주였지만 카보가 벌이는 활동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어 속을 끓였다. 운영은 F1 대회 유치권을 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정 회장이 독점했다. '카보' 구성원 30여명 중 전남에서 파견한 직원은 없었다. 전남 F1대회 지원본부 김선호 운영기획팀장은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데 각종 지출 내역과 현황, 진행에 대해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남도청공무원노조 이석호 위원장은 "막대한 혈세를 쓰고 운영은 엉망이었던 이번 대회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영 도지사도 "카보처럼 투명하지 않은 조직이 있다는 건 향후 F1대회 성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 공사비 집행은 대부분 카보에서 관리했다. '모든 장비 및 업체는 카보 승인을 받는다'는 조항을 달아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국내 전자장비업체는 이번 경주장 공사에 참여하기로 시공사와 약정하고 작업하던 중 '카보'가 "국내업체는 곤란하다"고 제동을 걸어 중도하차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똑같은 장비라 45억원이면 충분한데 카보가 외국업체로 넘기는 바람에 100억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MBH가 '카보'에 댄 자본금 102억원은 대부분 F1 경주장 공사를 따내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중소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투자금이다. 정작 시공사 선정에서 빠진 한 건설업체가 '카보'에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면서 마찰이 일기도 했다.
MBH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수행비서 출신으로 박 지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행정관 장모(51)씨였다. "전남이 F1 유치를 결정한 건 도지사와 장씨 사이 친분 때문"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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