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파 주도 남경필·정두언 의원 만나다
박근혜, 지지기반 한정돼 폐쇄적·권위적 문화 고쳐야
이상득, 내년에 공천 받으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전멸
이재오, 독점적인 국정 운영 이젠 신진세력에 기회 줘야
요즘 한나라당에서 쇄신 바람을 일으키는 진앙(震央)은 소장파다. 소장파의 리더 남경필 의원(4선)과 정두언 의원(재선)이 10일 저녁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공동 인터뷰에서 "첫째도 변화, 둘째도 변화, 셋째는 당의 분열을 막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소장파의 개혁이 성공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서로 뉘앙스가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당에서 나오는 '40~50대 젊은 대표론'에 나설 생각이 있나.
▶정=쇄신이 지금 막 시작됐는데, 당권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젊어지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그랬고, 미국의 오바마가 그렇지 않나.
▶남=한나라당 지지도가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그동안 운영해왔던 사람들이 물러나고, 안 해 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과거에 친박을 많이 비판하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표는 쇄신 대상이 아닌가.
▶남=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려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그럴 수 있는가 의문이다.
▶정=박 전 대표는 지지기반이 한정돼 있고, (친박계) 문화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이걸 빨리 고치지 않으면 어렵다.
- ▲ 한나라당의 대표적 소장파 의원인 정두언 전 최고위원(왼쪽)과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10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나 당내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정=이 의원이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는 순간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은) 전멸한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한 뒤 당선되면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이 이 의원의 공천 신청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남=국민이 원하는 상식적인 면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한 생각은.
▶정=이 장관은 그동안 독점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다. 한나라당이 작년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상 (이 장관이) 국정운영을 더 이상 주도해선 안 된다. 다른 쪽에 기회를 줘야 한다.
▶남=국정운영을 해오신 분들이 이제는 한발 물러나 신진세력에 기회를 주고 병풍 역할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은 결국 현역 물갈이를 막게 되는 것 아닌가.
▶남=국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물갈이(를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천이 권력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공천권이 국민에게 가는 것이 더 정당성이 있다.
▶정=국민참여 경선이 되면 위를 보는 정치에서 밑을 보는 정치로 확 바뀐다. 일종의 정치혁명이다. 그럼 물갈이는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정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낮은 지역의 현역 의원을 물갈이 대상으로 하면 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채택해 현역의원과 도전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면 된다.
―그렇다면 여성·장애인들의 국회 진출이 힘들어지지 않겠나.
▶정=그건 다른 문제다. 특별 배려가 있어야 한다. 프랑스나 북유럽 같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여성에 대해 강제 할당하기도 한다. 우리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에 여성 구청장 후보 3명을 냈었다.
―야권은 '야당 후보단일화' 때문에 완전국민경선제에 부정적이다.
▶남=야당들끼리 단일화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식으로 국민경선제를 운영하면 야당이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 직전에 하는 '단일화 쇼'가 영향력이 없도록 우리가 야당에 충분히 기회를 주면서 명분을 쌓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걸 한다는데, 그렇게만 하면 포퓰리즘 아닌가.
▶정=정책에 재원대책이 붙으면 포퓰리즘이 아니다. 감세 철회로 4조~5조원을 마련하고, 4대강 여유자금, 세계 잉여금을 합해서 10조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야당의 무책임한 무상급식, 무상의료와는 다르다.
―우파정부에서 감세를 추진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정=(언성을 높이며) 마치 앵무새처럼 감세철회는 보수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파는 감세해야 한다는 게 성경책에 쓰여 있나. 감세를 하면 그 이익을 기업이 풀어 서민들까지 좋아진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됐나. 그렇게 안 됐지 않으냐.
▶남=감세는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역주행이다. 지금은 양극화를 완화하고, 복지시스템을 정비해 국민에게 안전판을 마련해줘야 하는 시대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얘기도 일부에서는 나오는데.
▶남=대통령이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두고 봐라. 나중에 대통령이 정말 힘들어졌을 때 누가 도와주는지. 오히려 소장파가 대통령을 지켜주고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전적으로 동감한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것을 무조건 도와주는 것이 충성하는 길이 아니다. 소장파의 명분은 대통령을 더 잘 되게 하는 데 있다.
―대북문제 등에서 소장파는 한나라당의 전통 지지층과 생각이 다른 듯하다.
▶남=이념의 시대는 갔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김대중 정부의 유화정책이 하나로 합해져야 한다. 남북문제를 젊은 층에서는 안전과 불안의 문제로 본다.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을 끌어들여야 한다.
▶정=천안함 폭침 책임을 물으면서도 민간 경제교류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양 갈래 접근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