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무상급식 주민투표 원론 수준 기준만 제시
민주당 "세부지침 내놔야"…서울시 "제한 심하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안홍석 기자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8일 예정된 공식 발의부터 투표일까지 가능한 투표 운동의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예상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참여를 `단순 안내'하는 행위는 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적극적 독려'는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는 기준을 내놨다.
그러나 단순한 안내와 적극적인 독려의 경계가 모호한 이 같은 기준으로는 투표참여율에 초미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번 주민투표의 규정 위반여부를 제대로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7일 "주민투표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에서 회의를 열어 허용 범위를 놓고 기존의 원론적인 기준을 확인했으나 세부 지침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사안별로 문의를 해오면 적극적인 검토를 해줄 방침이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도 논란 대상인 주민투표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는 다른 투표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 투표참여에 대한 독려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12월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킨 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의 요구→시의회 재의결ㆍ직권 공포→서울시 무효확인 소송→주민투표 청구에 이르는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추진한 서울시와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 측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투표법에 유권자 3분의 1(33.3%) 이상이 투표해 유효투표수의 과반이 찬성해야 해당 안건이 통과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투표일이 휴일도 아닌데다 특정 계층에 관련된 사안이라서 유효 투표율을 넘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게다가 민주당 측은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반대 차원을 넘어서 `투표 보이콧(거부운동)'까지 검토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투표율 34%만 넘으면 승리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득표율 못지않게 투표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주민투표는 중앙정부의 요청과 대다수 주민들이 필요성을 공감하는 가운데 이뤄졌으나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울시가 투표 관리주체이자 한쪽 당사자인 것도 특징이다.
◇유권자 판단에 영향주는 행위 `위법' = 선관위가 전례 없이 복잡한 상황임을 감안해 내놓은 원론적인 기준은 한쪽 입장을 두둔해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 온 서울시나 서울시교육청이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선택투표에서 어느 한쪽의 지지 의견을 개진하면 위법이다.
예를 들어 정보제공을 명목으로 홍보물과 함께 물품을 주거나 관련 시설을 견학시키면서 교통비나 식사비를 준다면 위법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언론기관의 취재 과정 등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취재자료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에 협조하는 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다.
투표 자체에 관한 홍보의 경우 주민투표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투표일과 투표 참여를 `홍보'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는 `주민투표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기관이라서 `투표에 참여합시다'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다른 기관은 `투표가 실시됩니다' 수준만 가능하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 `불참 운동'은 `적극 독려'처럼 위반 = 선관위는 주민투표에 대한 `불참 운동'도 `적극 독려'와 함께 위반행위로 간주할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불참 운동은 법이 허용하고 있는 투표운동으로 볼 수도 없는 위반 행위"라며 "이는 이번 주민투표 뿐 아니라 2005년 제주도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때부터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민주당 오승록 대변인은 "주민투표는 공직투표와는 달리 투표 불참도 엄연한 정치적 의사표시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나쁜 투표 거부 운동'을 위한 공식적인 방안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당한 독려 등 문제가 생긴 뒤에 사후적으로 판단하면 사실상 서울시의 불법 선거운동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선관위는 세부지침을 정해 운동 기간 서울시가 위반행위를 하지는 않는지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히려 독려 행위를 제한하는 선관위의 기준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투표일을 알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홍보 활동과 더불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독려 활동도 지자체의 당연한 의무"라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hsh@yna.co.kr
ah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7/27 05: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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