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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람’ 이후… PK 민심 흔들]야심 끓는 PK… “부산선 여 2명만 당선권”(동아)

말글 2011. 9. 9. 10:31

[‘안철수 바람’ 이후… PK 민심 흔들]야심 끓는 PK… “부산선 여 2명만 당선권”(동아)

 

기사입력 2011-09-09 03:00:00 기사수정 2011-09-09 09:54:30

 

부산·경남, 안철수 42% vs 박근혜 37%… 내년 총선-대선 ‘태풍의 눈’으로

 

‘심각’ 홍준표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8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최고 위원(왼쪽)은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경남(PK)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뒤흔들 ‘진앙’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문제로 촉발된 ‘안철수 태풍’이 해운대에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PK 지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8일 보도된 동아일보 여론조사가 이를 수치로 확인시켜 주자 여권이 초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29.8%의 지지율을 보여 5개월 전인 동아일보 창간(4월 1일) 91주년 여론조사(41.7%)에 비해 11.9%포인트 빠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일대일 대선 가상대결에선 오히려 안 원장(42.5%)이 박 전 대표(37.7%)를 앞질렀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쪽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엔 여권 후보(30.5%)와 야권 후보(29.5%)가 팽팽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주 단위로 여론을 모니터하고 있는데,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 지역 한나라당 의원 중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한 의원은 지역 기반이 탄탄한 K, S 의원 2명밖에 없는 것으로 나온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MB정권이 해준게 뭐있나”… PK ‘野都 본능’ 꿈틀▼

 

‘농담’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사회를 본 주승용 의원(오른쪽)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을 빗대 취재진에게 “출입하는 기자분들, 추석 연휴에 병 걸리지 마세요”라고 하자 김진표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18명의 부산 지역구 의원 중 민주당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PK 지역은 한나라당 후보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반수인 56.2%의 지지를 보내 정권 탄생에 한몫을 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현 민주당 최고위원)는 13.0%밖에 얻지 못했다. PK 지역의 이런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과 지지가 4년여 만에 불만과 적대감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구·경북(TK) 지역에 비해 주요 공직 인사에서 소외받았다는 불만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PK 지역에선 이 정권이 TK만 잘해주고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심리가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 지역 출신 인사 중 차기나 차차기를 노려볼 만한 유망 주자들이 대부분 야권이거나 친야 성향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김 경남지사가 당선되고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비록 졌지만 44.5%를 얻는 등 이미 바닥 민심이 변하고 있는데도 여권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대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PK 출신 정치지도자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한나라당 부속 여의도연구소부소장은 “역대 선거에서 영남권의 TK와 PK가 힘을 합쳤을 때(1992, 2007년 대선)는 한나라당이 이겼지만 분열되면 패배했다(1997, 2002년 대선)”고 말했다. 떠나는 PK 민심을 잡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은 한나라당으로서는 ‘해보나 마나 한’ 선거가 될 것이란 경고다.

○ 원래 정치적 정서 다른 TK-PK

이번 동아일보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TK에서 44.1%의 압도적 지지율을 유지했다. TK와 PK의 민심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쪽을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는 TK에서도 여권후보 25.4%, 야권후보 18.3%로 ‘대선 민심’과 ‘총선 민심’에는 차이가 있었다.

PK 민심 이반의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TK와 PK의 정치적 정서 차이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 출범하면서 TK와 PK가 손을 잡았고, 1992년 대선에서 영남권이 힘을 합쳐 YS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현대 정치사에서 TK와 PK는 다른 길을 걸은 적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TK 지역은 박정희 정권 이후 보수 정권의 기반이었지만, PK는 1979년 부마항쟁 등에서 보듯이 야당 성향이 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변질된 이 지역의 정치성향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지원

이런 가운데 10·26 재·보궐선거에 부산 동구청장과 경남 함양군수 재선거가 포함돼 PK 지역에서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동구청장 후보로 정영석 전 부산시 기획관리실장을 공천했고 야권은 이해성 전 조폐공사 사장을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이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친노(친노무현) 인사. 이 전 사장은 6일 “문재인 이사장이 동구청장 선거대책본부 위원장직을 맡아 달라는 민주당 부산시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이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하면 이 지역 민심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후보인 최완석 전 함양군 주민생활지원실장, 야권 후보로 김두관 경남지사비서실장을 지낸 윤학송 씨, 무소속인 서춘수 전 경남도의원이 나서는 함양군수 재선거에선 경남 지역 민심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