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대상 경제인 비공개…특사때마다 불거지는 특혜 논란(뉴스1)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국민모르게 2번이나 특별사면
"특사대상 비공개→국민 비판→ 비공개→비판" 무한반복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8-12 16:30:44 송고 | 2016-08-12 18:30:58 최종수정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되면 어김없이 특사대상 비공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이 헌법상의 '특권'이라는 점과 현행 사면법 조항을 방패막이로 국민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무부는 매번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여겨 무대응 하기 일쑤였고, 시간이 지나면 여론도 으레 그렇듯 잠잠해진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나면 연례행사처럼 다시 특별사면 대상을 공개하지 않고, 사면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특별사면’이 반복되고, 국민여론은 다시 들끊은 뒤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사면대상 심사기준과 사면대상 선정 이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제인은 공적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로 그들의 프라이버시보다는 국민의 알권리가 더 우선될 필요가 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시혜적 특권인 만큼 그 대상을 공개해 '특혜시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 '사면권 행사'는 국가작용 … 국가기밀 아닌 이상 투명하게 공개해야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 기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특별사면은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들은 대통령이 비교적 ‘손쉽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사면'을 선호해왔다.
건국 이래 대통령이 단행한 특별사면은 총 96차례에 이르지만, 일정 범죄를 기준으로 정하고 국회 동의를 필수로 하는 '일반사면'은 단 7차례 단행에 그쳤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 될 때마다 '경제인'과 '정치인' 사면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왔다. 배임,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르거나 회사 자금으로 유력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던 이른바 '재벌'들은 대통령 특별사면의 단골손님이었다.
문제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 역시 '국가작용'임에도 특사 대상을 비공개로 정하고 있어 특사가 단행될 때마다 특혜논란이 뒤따르고 있다는데 있다. 모든 국가작용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이 아닌 이상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게 마땅하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특별사면 대상자 비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사면법' 규정을 근거로 비공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안 국장은 "사면법에 따르면 개인의 정보를 식별할 수있는 내용은 원칙적으로 모두 비공개로 돼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공개하기로 의결한 사항에 대해서만 공개할 수 있다. 사면심사위원회에서는 이재현 회장만을 공개하는 것아 적정하다고 했다.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안 국장의 말대로 사면법 제10조는 사면 대상 공개 여부는 사면심사위가 결정한다고 돼 있다. 안 국장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이라며 사면대상자 공개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알권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면심사위가 국민의 알권리와 관련된 문제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문제를 '사면심사위'라는 일개 법률상 위원회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있어 특별사면 여부를 숨길 수 없는 대상인 이재현 CJ 회장 정도에 대해서만 공개를 결정했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경제인 사면을 숨겨왔기 때문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국민들 모르게 두 번이나 사면을 받을 수 있었다.
사회에서의 경제인의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경제인과 관련된 것은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공적 사안'이다. 현행 사면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침해' 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특별사면 투명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면법'의 위헌소지를 명백히 따져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대통령 사면권 자체가 '권력분립' 원칙의 '예외적 특권'임을 명심해야
안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특별 사면과 관련해서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고 했는데, 왜 아직까지 이행이 안되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면제도는 헌법상 대통령에 주어진 권한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상 인정된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서 본질적인 제한을 가져온다는 위헌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의 기원은 전제군주 국가의 국왕의 '은사권'이다. 국왕이 장악하고 있던 사법권을 근대 헌법원리인 권력분립 원리에 따라 나눠주면서 사법권의 오판 등에 대한 견제를 위해 특별히 인정한 '특권'에 불과하다. 즉 원칙상 헌법원리에 어긋나지만 특별히 인정한 '특권'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즉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자체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권력분립 원리에 어긋나는 위헌소지를 품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헌법이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전제군주 체제를 거쳐 입헌국가를 세운 서구 선진국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사법권 오남용 견제 수단' 내지는 '사법부의 오판으로부터의 최후의 구제'로 인식하고 사면권을 행사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은 경제인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사면이유로 고려하지 않고, 외려 강한 통제를 하고 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의 권리인 ‘기본권’이 본질적 내용을 침해 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제한될 수 있는 것처럼, 헌법상 대통령의 특권에 불과한 '사면권'도 그 행사를 하는데 있어 헌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법률로써' 통제 장치를 둘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헌법상식이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제한한다고 해서 무조건 '헌법이슈'가 발생한다는 발언은 대한민국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법무부의 요직인 검찰국장의 국가 기본법인 '헌법'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 없이 드러낸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에서 주고받는 질문은 지난해와 올해가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특별사면권 행사와 관련된 '불투명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특혜시비'를 매듭지을 수는 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대통령 특별사면 역시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마다 불공정성·불투명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별사면권' 행사 방법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특권'은 헌법상 권리라고 법률로써 제한 될 수 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 역시 국가작용으로 국민들의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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