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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보다 오래 남는 뒷모습

말글 2026. 6. 8. 08:13

당선보다 오래 남는 뒷모습
- 중대선거구제에도 군소정당의 기초의회 진출은 여전히 높은 벽
- '박카스 유세' 박지하 후보, 낙선 직후 주민들과 첫 줍깅

- "4년 뒤에도 꾸준히 하라"…주민들의 격려 속 다시 골목으로

 

2026. 6. 8.(월)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안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선거의 가치는 당선 여부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특히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승리보다 태도가 더 오래 기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는 4~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군소정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거대 양당이 한 선거구에 2~3명씩 후보를 공천하는 구조 속에서 군소정당은 인지도와 조직력, 선거자금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유권자의 투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구청장, 교육감, 서울시의원, 구의원, 서울시 비례대표, 구의원 비례대표까지 모두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야 한다. 좁은 기표소 안에서 여러 후보를 일일이 비교하고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당만 보고 첫 번째 칸이나 두 번째 칸을 연이어 선택하는 이른바 '내리찍기' 현상이 반복되곤 한다. 후보 개인의 역량이나 지역 활동보다 정당 간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연고가 부족한 후보가 거대정당 공천만으로 당선되는 사례가 나오는 반면, 오랜 기간 지역에서 활동한 군소정당 후보는 존재감을 인정받고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선거 환경 속에서 진보당 박지하 후보의 선거 이후 행보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결과 발표 직후 깨끗하게 승복 의사를 밝히고 곧바로 주민들 곁으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당원 20여 명과 함께 지역 곳곳을 돌며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진행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진보당 당원들과 첫 줍깅을 했다"며 "주민들께서 '찍었는데 아쉽다', '끝났는데도 열심히 한다', '4년 뒤에는 진보당 찍어줄 테니 꾸준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진보당 동대문구 지역위원회는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점심마다 동네 꽁초 줍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깨끗한 동대문구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가 선거 때만 주민을 찾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선거가 끝난 뒤의 모습 또한 중요하다. 당선자는 주민을 위해 일할 기회를 얻은 사람이고, 낙선자는 주민 곁에 남아 다시 평가받을 시간을 얻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선거는 끝났지만 지역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승리의 순간보다 패배 이후의 뒷모습이 한 사람의 정치적 품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박지하 후보의 조용한 줍깅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승전보보다 묵묵한 실천이 더 오래 기억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