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BBK 김경준 논란 "귀국 방해" vs. "정치 공세"(오마이뉴스)

말글 2007. 10. 14. 21:21
BBK 김경준 논란 "귀국 방해" vs. "정치 공세"
신당 "왜 이토록 과잉방어 하나" 의구심... 한나라당 "중단된 반대신문 위한 최소 조처"
김지은 (luna)
   
BBK 경영 참여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후보의 2000년 10월 1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 <중앙일보>

[기사보강 : 14일 오후 5시 50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측 소송 당사자가 미국 법원에 김경준씨의 송환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이른바 BBK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두고 범여권 진영과 민주노동당은 이 후보 측이 대선 전 김씨의 귀국을 막으려는 물밑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이 후보 측은 김씨의 LKe뱅크 자본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민사 재판의 증인 심문을 위해 그런 요청을 했을 뿐인데 여권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 빨리 귀국해야"... 측근은 "김씨 송환 연기신청"

 

김경준 귀국은 '대선 뇌관'

김경준씨는 주가조작 사기사건을 일으킨 전 BBK 대표로 이 후보와 BBK와의 연루 의혹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김씨는 380억여원의 공금을 횡령한 뒤 지난 2001년 미국으로 도피했으나 2004년 BBK 주가 조작 혐의로 한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 미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관건은 이 후보와 BBK의 관련 여부다. 이 후보와 김씨는 각각 30억원씩 투자해 사이버금융업체 LKe뱅크를 2000년부터 1년 가량 동업하는 등 LKe뱅크와 BBK와 간접적으로 연결돼있어 이 후보가 BBK에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김씨는 한국 송환을 거부하며 미국 법원에 인신보호 신청을 냈지만 2005년 10월 1심에서 기각 당했다. 이후 김씨는 항소했다가 최근 항소취하서를 내고 한국 귀환 절차에 들어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LKe뱅크, 이뱅크증권중개, BBK 모두 100% 엠비 리(이명박)의 회사"라며 이를 증명할 비밀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씨는 현재 공금횡령, 자금세탁, 공·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로스앤젤레스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일단 이 후보의 공식 입장은 자신은 BBK 의혹과 무관한 만큼 김경준씨가 귀국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12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김경준씨가 빨리 귀국해 국내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BBK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 핵심 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 메트로 감사는 최근 김씨의 한국 송환을 연기해 줄 것을 미 법원에 요청했다. 김 전 감사는 이 후보가 김씨를 상대로 LKe뱅크 투자금 등 모두 65억원을 물어달라고 낸 소송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송환 연기 요청과 관련해 은진수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은 "김씨의 송환 재판과는 별도로 진행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 김경준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쳐야 한다는 협조요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후보 측이 자신의 비리 의혹 규명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이런 공식 입장과 달리 한나라당은 국회 정무위에서도 몸을 던져 이 후보의 비리와 관련한 핵심인물들의 증인 채택을 막아 국회 파행의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신당 "이 후보, BBK에 뭔가 엮여 있나", 민노당 "이 후보 표리부동 드러나"

 

이낙연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어 "이 후보의 미국 내 소송대리인들이 김경준씨의 귀국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 이 후보의 의사에 배치된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이 후보가 BBK 사건에 뭔가 단단히 엮여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정무위 파행과 관련해서도 "BBK 사건과 관련해서는 묻지도 말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태도"라며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기에 이토록 과잉방어를 하느냐"고 따져물었다.

 

민주노동당도 사실상 이 후보의 표리부동이 드러났다고 맹비난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공인 중의 공인인 대선 후보가 자신의 비리 의혹 규명과 관련해 이처럼 표리부동한 것은 스스로 도덕적 하자를 드러낸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의원은 "국민 눈에는 이번 일이 이 후보 측이 실은 자신의 비리 의혹 규명을 기를 쓰고 막으려한다고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그는 "당과 이 후보 측의 이런 태도는 결국 의혹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나라당 "부당한 정치공세" 반박

 

논란이 일자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중단된 반대신문의 완료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귀국연기를 송환재판부에 요청한 것"이라며 "이를 '김경준 발목잡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이고 부당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오히려 김씨가 3년이 넘게 한국행 송환을 거부하면서 송환판결에 항소중이다가 대선에 임박해 항소를 취하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야말로 여권의 정치공작이 있지 않았나 의심이 간다"고 역공을 폈다. 한국 검찰의 범죄인인도 요청에도 불구하고 3년 넘게 송환을 거부하며 버텨온 김씨가 갑자기 귀국 의사를 밝힌 것부터가 미심쩍다는 것이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보육정책과 관련한 타운미팅을 하기 위해 동작구 구립 참사랑어린이집을 찾았다가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여기는 어린이집"이라며 "장소를 가려서 질문을 해야 하지 않나, 아무리 기자지만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답변을 피했다.

2007.10.14 12:32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