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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제성장의 비밀
카드대란이 벌어진 건 2003년부터였다. 침체된 내수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의 정부 경제팀이 은행대출과 카드사용을 권장한 결과 9천5백만장의 카드가 남발됐고, 은행의 가계대출이 420조원에 달했다. 불과 2년만에 4천만장의 카드와 200조의 가게대출이 증가한 것이다. 그 바람에 경제성장률이 6% 대에 이르러 2002년 대선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고, 경제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진짜 재미를 본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경제고위관료들이다. 이들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승승장구했고, 지금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2001년도의 내수부양책은 성공한 정책이었을까? 당시 경기부양책은 실질적인 내수진작을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나가기 보다 빚을 얻어 소비를 높이는 방법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에 파탄이 날 정책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마이가리 경제’라고 불렀던 것이다. 실질소득의 증가는 없는데, 빚을 얻어 소비하는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2년도 안돼서 빚 얻어 메꾸어가는 사람들이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수백%씩 늘어난 연체료로 무너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6백만명의 신용대란과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이런 무서운 경험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 경제당국은 아예 국민을 담보로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르고 있고, 경제전문지들도 눈감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국내통화량이 200조씩 증가했다. 이 200조씩 늘어난 통화량 덕분에 수입과 지출 분야에서 성장률이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고위관료들도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러면 200조 증가의 내용은 무엇일까. 국내투자와 내수부분의 소비증가일까? 아니다. 수출증가와 단기해외차입, 국채발행이 주종이다. 반도체, 조선, 해외건설분야에서 15% 이상 성장이 계속되고 국내외 금융기관이 3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단기차입금으로 끌어왔다.
또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전국에 혁신도시, 산업클러스터 등 온갖 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토지보상금으로 30조씩 풀었다. 그리고 복지확대를 구실로 마구 적자국채를 발행한 것이다. 수출증가는 소수대기업의 집중도가 75%를 넘어선지 오래기 때문에 늘어난 수출금액은 수출대기업과 그 부품회사, 울산, 포항, 거제 같은 일부 지역에만 돌아다니고 일반국민들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국내외 금융기관이 3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국내에 들여와 경제성장의 수치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면 독약과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시티뱅크나 HCSH 은행 같은 외국계은행은 말할 것 없고, 국민, 신한 같은 은행도 그 수익을 대부분 외국인 주주들이 가져가고 있지 않는가. 그 은행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이 35조원이고 올해에는 몇 차례 금리인상 덕분에 50조원에 달할 것이다.
올해도 내년에도 수출하는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그 수출증가분만큼 국내생산이 늘어나면 좋은데 70~80%의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조립수출하는 구조이므로 성장률만 높일 뿐, 국내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이다.
그렇다면 추석 전후한 시기의 소비증가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건 분명 200조씩 늘어난 통화량을 나눠받는 집단의 소비이다. 그 집단은 수출대기업과 그 부품회사 임직원과 노동자, 외국계 회사의 임직원, 공무원, 공기업 범주에 속한 사람들이다.
전국의 대다수 국민들이 정말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출세에 눈먼 경제고위관료들은 이런 국민의 아우성에 귀를 막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곧 이 눈속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단기차입금을 너무 끌어오도록 방치한 결과로 한국은 대외채무국가가 될 것이고, 315조를 넘어선 적자국채에 대한 1년 이자만 2조원을 넘어서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다.
4년 전의 신용위기가 개별 가계의 위기였다면, 이제 부닥칠 5% 성장률의 대가는 국가와 국민 모두가 위기에 직면하는 사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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