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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난 해소용 ‘난곡 경전철’ 예산절감 이유 ‘없던 일로’(한겨레신문)

말글 2007. 10. 18. 08:52
교통난 해소용 ‘난곡 경전철’ 예산절감 이유 ‘없던 일로’
서울시, 910억 관악구 호화 신청사에 432억 지원하면서…
한겨레 김연기 기자
» 서울시와 관악구가 2005년 12월 발표한 난곡 경전철형 버스 개념도. 전용 주행로에 유도장치를 부착해 무인 운행하는 것으로, 바퀴만 고무로 돼 있을 뿐 운영시스템은 경전철과 같다.
서울시 “도로여건상 중앙차로제로”…주민 “신속성 떨어져…왜 약속 어기나”

서울 관악구의 호화 신청사 건축에 400여억원을 쏟아부은 서울시가 서민 동네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내놓았던 첨단 교통시스템은 백지화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때 발표했으며, 최근까지 추진을 공언했던 사업이다.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구청 새 청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효겸 관악구청장, 이장무 서울대총장 등이 참석한 개청식이 열리던 시각, 청사 밖 한켠에선 관악구 주민 50여명이 ‘호화 신청사 건립 규탄대회’를 열었다. 옛 청사 부지 8908㎡(2699평)에 지상 10층·지하 2층 규모로 세워진 새 청사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91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432억원은 서울시가 지원했다.

 

‘달동네 난곡’으로 더 잘 알려진 신림7동 주민들의 모임인 ‘난곡교통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와 관악구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난곡 경전철형 버스’는 포기하더니 ‘호화 청사’가 웬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전철형 버스는 전용도로를 무인 경전철형 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자기안내궤도시스템(GRT) 방식으로, 상습 정체 구역인 신림7동 난향초등학교 앞~동작구 신대방동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사이 3.11km 구간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2005년 12월 “지하철에 버금가는 경전철 시설로 교통난을 해소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난곡 재개발 지역 아파트의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발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월 서울 동대문 광장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상인이 “난곡에 경전철 하기로 한 약속 꼭 지켜주세요”라고 말하자 “내가 거기 살았었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근 이 자기안내궤도시스템을 사실상 현행 버스중앙차로제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난달 4일 서울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설계 변경안을 살펴보면, 경전철형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용도로 대신 다른 노선버스와 함께 사용하는 도로를 설치하고, 첨단 무인버스 대신 유인버스를 운행하며, 요금 내는 방식도 경전철과 같은 개찰구형에서 일반 버스형으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이런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 428억원 가운데 30% 가량인 120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용진 난곡교통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은 “서울시가 내놓은 변경안은 경전철형의 장점인 정시성과 신속성을 빼버리고 단지 굴절버스만 도입한 버스중앙차로제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정소식 답변을 통해 “앞으로 난곡길 교통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도로효율을 높혀, 이용주민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계획의 일부사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