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 남긴 채 진화강도 줄였다가…‘화 자초’ | |
‘국보’라 조심…초기 진화 실패로 최악사태 불러 목격자 “어떤 사람 가방 들고 들어가는 것 봤다” | |
최현준 기자 | |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다. 국보 제1호인 숭례문(남대문)은 10일 밤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화재 초기만해도 불길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화재로 붕괴해버린 숭례문을 원상태로 복원할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이다.
[숭례문 화재현장] 2층 누각 ‘와르르’
■ 왜 불을 끄지 못했나?=소방 당국은 진화 작업 1시간 뒤쯤 불길이 상당부분 잡힌 것으로 성급히 판단하고 진화 작업을 줄였다. 숭례문 2층 내부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작업은 계속했으나, 외부에서 대형 호스로 쏘아대던 진화 작업은 중단했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숭례문의 내부는 대부분이 목재여서 잔불을 확실하게 끄지 않은 상황에서 진화 작업의 강도를 낮춘 게 화근이었다. 초동 진화 실패가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숭례문이 국보 제1호로 워낙 상징성이 높고, 목재 건물이어서 함부로 진화 작업을 실시하지 못한 것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방 당국은 발화 지점을 숭례문 2층 누각 서편으로만 판단했을 뿐 정확한 위치조차 찾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초기 내부 설계도도 구하지 못해 발화 지점을 제대로 못찾았다.
신응수 대목장은 “초기에 기와를 뚫고 물을 뿌려야 하는데 적절한 대응을 못해 물이 건물 내부의 목재에 닿지 못해 진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붕괴 위험이 있어 기와를 걷어내지 못한 것도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 주변 시민들 “국보 1호가 불에 타다니…” 망연자실
■ 화재 원인=숭례문은 화재에 취약한 목재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방화 등 돌발적인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숭례문에는 소화기 8대가 1, 2층에 나뉘어 비치되고, 상수도 소화전이 설치된 것이 소방시설의 전부다. 감지기 등 화재 경보 설비도 전혀 없는 상태다. 애초 전기선 누전을 화재 원인으로 꼽았던 경찰은 불이 날 무렵에 숭례문에 들어가는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뒤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숭례문 2층 누각 내부에는 내부 전기시설이 없어 방화 가능성은 한층 높은 상황이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택시기사 이아무개씨는 “검은색 항공 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은 사람이 쇼핑 가방을 들고 남대문에 들어가는 것을 봤고, 곧바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숭례문 부근을 녹화한 폐쇄회로 텔레비전도 확인 중이지만, 녹화 화질이 좋지 않아 제대로 판독해 내지 못하고 있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아직 가리지 못하고 있다.
■ 원상 회복 가능한가?=화재로 지붕이 붕괴되면서 숭례문의 원상회복이 가능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소식을 전해진 후 곧바로 문화재 안전과 등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비상 근무에 들어가 정확한 피해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목조 건물이다보니 소방수로 인한 단청 등의 훼손도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한 화재 피해 상황이 나오는대로 보수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 김성도 사무관은 “숭례문은 6.25 전쟁으로 반파가 됐는데, 복원 설계도가 있어서 복원을 했다”며 “이번에도 완전 복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숭례문 화재] 발생에서 진압까지 시간대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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