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1일 오후 4시 45분]
국보 1호 숭례문 전소와 관련, 문화재청의 말 바꾸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소방 당국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방재 작업이 늦어져 숭례문 전소로 이어졌다는 비난에 대해 문화재청은 11일 오전 "첫 방재 작업은 소방 당국이 알아서 했다"며 소방당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과장은 이날 오전 10시 반 숭례문 앞에서 연 브리핑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소방 당국에 문화재를 신중하게 다뤄달라고 한 적 없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이러한 강 과장의 발언은 오히려 문화재청이 이번 화재와 관련해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부담을 느낀 문화재청은 다시 말을 바꿨다.
최이태 문화재청 문화재안전과장은 오후 3시께 숭례문 인근 문화재청 현장사무소 임시 천막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화재를 인지한) 오후 9시 쯤부터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소방 당국과 많은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도 물을 어떻게 뿌려야 한다는지 하는 협의를 했다"면서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서로 책임 전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 과장이 기자들에게 발언을 하는 동안 시민들이 임시 천막으로 들어와 최 과장에게 욕설을 내뱉고 비난을 했다. 이에 최 과장이 쫓겨나듯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한편,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을 찾기 위한 감식이 오후 3시 30분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전 감식은 붕괴위험, 문화재 조사 등의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감식반원 20여명이 숭례문으로 올라 사진을 찍는 등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감식반원과 더불어 서울시의 요청으로 문화재 보수 전문업체 직원 15명도 곧 투입될 예정이다. 감식반은 경찰청, 서울중부경찰서 과학수사팀, 소방방재청, 서울소방본부, 국과수,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으로 꾸려졌다.
또한 감식은 일반 화재 사건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이다. 최이태 과장은 "다시 쓸 수 있는 목재를 확인하고, 불에 탔더라도 똑같은 목재를 구하기 위해 하나하나 기록, 스케치해야 한다"며 "감식을 위해 함부로 잔재를 치우거나 부술 수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신 : 11일 낮 12시 35분]
기자들 "동대문에서 화재가 난다면?" - 문화재청 "..."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들은 잿더미로 변한 국보 1호 숭례문 앞에서 11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숭례문 복구 기본방침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이성원 문화재청 차장이 밝힌 입장문이다.
"국민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늘 오전 9시에 현장에서 개최한 문화재 위원회 긴급회의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1. 금번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방재대책을 마련한다.(소방법과 별개로 문화재 보호법에 소방설비 등 제반 안전시설 규정을 의무화)
2. 숭례문 복원은 2006년 정밀실측 도면(182매)을 기본으로 하고 60년대 발간된 수리보고서를 참고로 원형대로 복원한다.
3. 기존 부재는 최대한 재사용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사용범위는 현장 확인조사 등 자문위원회의 결과와 자문을 받아 결정한다.
4. 복원 시 일제 때 변형된 좌우측 흉벽도 원형대로 복원한다.
5. 복원 시 참여 기술자는 중요 무형문화재 등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들이 참여하여 완벽한 복원이 되도록 한다.
6. 문화재 위원, 소방관계 전문가 등으로 복원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 복원한다.
낙산사에 이어 금번 숭례문 화재를 가슴깊이 새겨 문화재 행정의 틀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문일답이 이어졌다.
- 문화재 위원회 긴급회의에는 누가 참여했나.
"6명의 문화재 위원과 2명의 중요무형문화재, 2명의 방재전문가가 참여했다.
- 이번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숭례문 관리는 서울시 중구청에서 한다. 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방재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문화재청으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 복원은 언제 이뤄지나.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감식이 끝난 뒤에 가능한 빨리 복원하겠다. 전문가들은 복원에 3년, 200억원 소요될 것으로 본다. 최대한 원형재로 그대로 복원할 것이며 경미하게 불탄 석재와 목재를 최대한 이용하겠다."
- 2006년 낙산사 화재 이후 재난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매뉴얼대로 작동을 했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안다."
- 문화재청에서 화재가 난 뒤 2시간 후에 도착해서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보도가 있다.
"아니다. 우리는 밤 9시20분에 담당 사무관이 도착해 있었다."
다음은 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과장과 기자들간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왜 불을 끌 수 없었나.
"한식의 특성상 기와 위에 물을 뿌려도 적심까지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 사고는 적심에서 불이 난 것이다. 다시 말해 물을 뿌리는 행위가 방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와를 해체하고 물을 뿌려야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런 장비가 없고, 위험해서 사람이 직접 기와를 해체할 수가 없다."
- 문화재청에서 소방당국에 문화재를 소중하게 다뤄달라고 주문해서 방재가 늦어진 것 아닌가.
"신중하게 다뤄달라고 한 적 없다. 협의한 바 없다."
- 문화재청의 역할이 전혀 없었던 것 아닌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식 구조상 맹점이다. 이런 문화재는 최선의 관리가 최선의 방법이다."
- 동대문에서 화재가 나도 끌 수가 없는 것이냐.
"(답변을 하지 못함)"
- 낙산사 화재 이후에 문화재 123곳에 대한 소방방재 시스템이 갖춰질 예정이었고, 현재는 10곳만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숭례문이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숭례문은 도심에 있어서 소방차가 1-2분 안에 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소방시설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
- 어쨌든 대책이 없었다는 말인가.
"(답변을 못함)"
- CCTV 확인했나.
"파악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점심 때가 다가오자 참혹하게 쓰러진 숭례문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현장에 몰려들고 있다. 오전 11시50분 현재 시민 300~400여명이 모여있다. 이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정치권을 질타했다. 거의 욕설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