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화재… 어처구니없는 문화재청장
다 타고난 뒤 찾아온 兪청장 11일 오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사고 현장을 찾은 유홍준 문화재청장. 유 청장은 6∼14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프랑스 출장을 떠났다가 11일 급히 귀국했다. 홍진환 기자 |
○ 2인 출장비 1600만원… 통역비 등이 800만원 넘는 셈
○ “첫 3일은 휴가” 밝혀… 출장명령서엔 8박 9일로 기재
○ ‘암스테르담 문화유산 시찰일’ 15km밖 풍차마을 구경
○ 공식통로 안거치고 유청장 쪽에서 부탁해 일정 잡아
■ 유홍준 문화재청장 ‘이상한 출장’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활활 타고 있던 10일 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유럽행 이유와 유럽에서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유럽행 경비와 관련해서도 석연찮은 대목이 많아 정권 말기 고위 공직자의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출장비 과다 의혹=문화재청은 유 청장과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직원 조모(39) 씨의 유럽 출장에 1600만 원의 출장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이 유 청장과 부인의 항공편과 프랑스 파리 체류 비용을 지원키로 한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출장비로는 일반 여행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 ‘공무원 여비 업무 처리 지침’의 정액표를 따라 유 청장과 수행 직원(6급)의 네덜란드, 프랑스 출장 여비를 추산해 본 결과 유 청장과 직원의 출장비(일비+식비+숙박비) 합계는 3754달러(약 355만 원)였다. 이는 대한항공에서 지원했다는 유 청장의 프랑스 체류비와 한국∼유럽 왕복 항공료를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 수행 직원의 전체 항공료를 300만 원으로 가정하고 유 청장이 네덜란드에서 프랑스로 이동한 항공료를 100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출장비 총합계는 755만 원이 된다. 문화재청이 지급한 출장비 1600만 원 중 절반이 안 되는 액수다. 문화재청은 나머지 출장비가 통역비, 차량 대여비, 면담 인사 식사 대접비라고 주장했다. 이 나머지 출장비가 845만 원으로 추산되는데 통역비 등이 이만한 금액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왕복 항공료와 파리 체재비 민간기업서 지원=대한항공 측은 유 청장과 부인의 왕복 항공권(인천∼암스테르담, 파리∼인천)을 제공했다. 1인당 왕복 561만8200원 상당의 비즈니스석으로 두 사람의 왕복 항공권 가격은 약 1122만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 측은 유 청장 부부가 파리에 도착할 경우 샹젤리제 거리 인근에 소피텔이 운영하는 특급 호텔(5성급) ‘스크립-파리’에서 2박의 숙박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본 결과 2월 11, 12일 이 호텔의 가장 싼 방(성인 2인의 기본형)의 숙박 가격(아침식사 및 인터넷 이용료 포함)은 2박에 1225달러(약 116만 원)가량이었다. 고위 관료가 공식 해외 출장에 부인을 동반한 데다 민간 기업으로부터 부인의 항공료 등을 지원받은 점에 대해서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유성 출장’=유 청장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참석을 마치고 나오면서 본보 기자에게 “출장 기간 중 처음 3일은 개인 휴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 청장은 6일부터 14일까지 8박 9일간 출장명령서를 제출했으며, 이 출장명령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거짓 해명을 한 셈이며, 거꾸로 본인 스스로 네덜란드 방문은 “휴가였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 경우 개인 휴가에 출장비를 사용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출장 일정표에 따르면 6일 네덜란드에 도착해 7일 종일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풍차마을’ 잔서스한스를 시찰했다. 잔서스한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네덜란드를 방문할 때 빼놓지 않는 코스다. 이곳에는 한때 500여 기의 풍차가 있었으나 현재 7기만 남아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 청장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냈으며, 8일에는 하멜의 고향인 호린험 시를 방문했고, 9일도 종일 ‘암스테르담 문화유산 시찰’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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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관계자들도 경위를 모르는 해외 출장=유 청장의 이번 출장은 대한항공이 후원한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안내 서비스 시스템 개통식 참가에 맞춰 스케줄이 급조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 측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 유네스코 담당이 있지만, 이번 일정은 공식 통로가 아니라 유 청장 쪽에서 문화원에 부탁해 잡은 것이어서 대사관 관계자는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청장의 네덜란드 방문도 마찬가지.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에 문의한 결과 문화담당 서기관은 유 청장의 방문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호린험 시의 공식 초청은 없었으며 문화재청에서 직접 시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兪청장 “총체적으로 내 잘못”
한편 유 청장은 화재 현장을 방문해 “숭례문 화재 소실은 총체적으로 문화재청장의 잘못”이라며 “현장을 둘러보니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전보다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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