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건강

불 탄 숭례문 교과서 싣자…“수치의 역사 그대로 전달”(오마이뉴스)

말글 2008. 2. 13. 20:52

불 탄 숭례문 교과서 싣자…“수치의 역사 그대로 전달”

 

                                                                                          입력: 2008년 02월 13일 18:30:13

 
불 탄 숭례문은 역사다. ‘숭례문 화재’를 초·중·고 교과서에 담아 차세대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의견이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끄럽고 민망한 사건에 ‘가림막’을 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전달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13일 가림막을 친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문화재청과 건축 관계자들이 잔해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민기자


한국고고학회 이건무 회장(용인대 교수)은 13일 “숭례문이 불에 타는 사진과 함께 관련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면서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환기시키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엽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관리실장은 “잿더미가 된 숭례문의 사진을 교과서에 싣고, 복원 이후에는 인근에 기념관을 만들어 잔해를 전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 모습을 관광책자에 소개하는 독일 베를린의 정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화재를 더이상 소홀히 방치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미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4·5면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문화재를 후대에 잘 물려주기 위한 방법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교과서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 한 종류이지만 2009년 개정교육과정 도입 후 2011년부터는 여러 민간출판사에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민병관 동북아역사문제대책팀장은 “숭례문 소실에 대해서는 2011년 교과서부터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집필·편집하면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숭례문 소실’ 사건을 국사가 아닌 사회 교과서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대 김민수 교수(디자인학부)는 “숭례문 붕괴사건은 국사 교과서를 넘어 사회 교과서 소재”라며 “개발지상주의가 문화재 홀대로 이어진 사회풍토가 어떤 참담한 결과를 낳는지 곱씹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욕과 수치의 사실(史實)을 기록할 필요에 대해 전문가들은 빠른 변화조류 속에 대형 참사도 쉽게 망각하는 사회 풍토를 이유로 들었다. 이우태 역사교육연구회 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은 시간이 지난 뒤 학생들이 발생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역사교육에서 숭례문 화재 등 비근한 사례를 든다면 우리 사회에 대해 훨씬 생동감있게 가르치고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중론을 냈다.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국사학과)은 “전국적으로 체계적인 문화재 보호실태 조사에 인력과 예산을 먼저 투입하고 문화재 보호 국민교육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고 지적했다.

〈 최민영·임영주·강병한기자 min@kyunghyang.com 〉

 

 

진압 혼선·책임소재도 수사대상…경찰, 방화범 구속영장 신청
“목조문화재 방재 이대로면 30년 걸려” 보수·관리 예산 턱없이 부족
“성금내고 뒷말 들을라” 신한銀, 논란 커지자 30억 기탁 보류
숭례문의 잔해 처리 “재활용 복원”-“박물관 전시”
“관광객마저 발길끊나” 침통한 남대문시장 상인들
[사설] 정부는 숭례문 가림막부터 걷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