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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가림막·콘크리트 타설 몰랐다"(YTN)

말글 2008. 2. 15. 09:07



[앵커멘트]

YTN 8585.

오늘은 숭례문 화재 사건 수습에 나선 행정기관들의 업무 혼선을 고발합니다.

현장복구를 지휘하는 문화재청은 숭례문 주변에 가림막이 설치되는 것조차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잔해 반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문화재청과 서울시, 중구청의 '책임 떠넘기기'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무리 가림막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숭례문 화재 현장.

출입구 쪽에서 경찰과 공사업체 직원들이 뒤섞여 시민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해당 구청 직원들도 수시로 현장에 드나들고 있습니다.

현장수습과 복구 등에 대한 총책임을 맡은 기관은 문화재청입니다.

하지만 실제 작업은 기관별로 제각각입니다.

화재 발생 다음날 서울 중구청은 가림막 공사를 시작했지만, 문화재청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틀 뒤 구청은 가림막을 떠받치기 위해, 1,600톤이나 되는 콘크리트까지 설치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이 사실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윤한종, 문화재청 사무관]
"중구청 울타리는 그런 차원에서 중구청이 계획하고 추진한 것입니다. 저희들이 상황을 잘 모르죠."

혼선이 반복되자, 화재 발생 닷새째에 관련기관들이 업무분장을 위한 회의까지 열었습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청 그리고 중구청 직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이번에는 잔해반출 문제로 책임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인터뷰: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과장]
"버리는 작업이나 이런 거는 중구청이 관여가 안 돼 있고 전부다 문화재청이 총괄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재 분류 작업은 우리가 하고, 반출은 서울시나 중구청에서 반출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구청은 여전히 자신들 업무가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인터뷰:강맹훈, 중구청 도시관리국장]
"분류작업은 문화재청에서 하고, 중구청이 버리는 작업을 하는 것은 저희가 안 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구청의 불협화음은 권한 다툼으로까지 확산됐습니다.

중구청은 문화재청의 업무 배정이 독단적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녹취:중구청 관계자]
"역할 분담이 됐다는 것은 문화재청이나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그것이 무슨 역할분담이 됩니까. 법령이나
아무 근거도 없이, 자기들 의사지. 그 내용이 뭐. 지금 우리한테 복원계획 다 세워 가지고 자기들한테 그거 올리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되겠어요?"

문화재청이 총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 뿐이지 실제와는 달랐습니다.

신속한 사고수습과 복구를 위한 일사분란한 지휘는 사실상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인터뷰: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과장]
"관할이 한 군데가 있어서, 알고 있어야 되는 그런 세세한 것까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건 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지금 현장에..."

경찰은 현재 숭례문 화재에 대한 관리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구청과 문화재청 담당자들에 대한 줄소환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책임 떠넘기기'는 더 잦아질 전망 입니다.

무대책에 가까운 안이한 보안대책과 초동 진화 실패로 국보 1호 숭례문을 잿더미로 만든 관계 당국.

복구와 뒷처리 과정에서도 삐걱거리고 있어 걱정을 낳고 있습니다.

YTN 장아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