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정두언 "청와대 정무기능에 문제" (조선닷컴)

말글 2008. 4. 18. 08:35
정두언 "청와대 정무기능에 문제"
"한나라 자만하다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사진> 의원은 15일부터 이틀간 광주와 호남을 다녀왔다. 선친 성묘를 위해서였다고 했다. 작년 대선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해 온 그는 총선 이후 더 조심스러워졌다.

17일 어렵게 만난 그의 첫마디는 "한나라당이 4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 비례대표에 호남 출신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총선 결과에 대해 "이번 총선은 자만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때 200석 운운하던 의석이 겨우 과반 턱걸이를 했다. 총선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것 아니냐. 그런데도 (대통령 주변의) 아무도 '이건 진 겁니다'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이번 총선 결과에 만족한다"고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대통령에게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하게 하는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다"면서 인적 쇄신까지 요구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이 대통령의 핵심 직계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재오 이방호 의원 등이 낙선하면서 구심점을 잃어버린 '친이' 세력의 대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 조직이었던 '안국포럼' 출신 당선자 모임에 참석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당권에 대해서는 이미 '내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자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일하다 보면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당내 타협과 대화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조정 역할'에 적극 나설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원로그룹은 물론이고, 친박, 소장파도 만날 것이지만, 다만 내놓고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친이계 모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견을 모으는 정도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총선 직전 한나라당 후보자 55명이 발표한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 철회 성명서를 주도한 바 있다. 그는 "이 부의장과의 오해는 상당 부분 풀었다"며 "대선 이후 지금까지 일부 인사들이 각종 거짓보고와 매도로 원로그룹과 상대적으로 젊은 의원들을 갈라놓았었다"는 말을 했다. 정 의원은 "야당의원 할 때가 오히려 속은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입력 : 2008.04.18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