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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총선에서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공약으로 내건 서울지역 당선자들. |
ⓒ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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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난 지금에 와서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는 발언과 함께 뉴타운 2라운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 한나라당의 정몽준 의원(동작을)을 비롯하여 신지호(도봉갑), 정태근(성북갑), 진성호(중랑을), 장광근(동대문갑), 김용태(양천을), 윤석용(강동을) 등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고 18대 국회 입성에 성공하였다.
김근태·유인태·정동영·노회찬 등 민주당과 진보신당의 유력 후보들이 이 뉴타운 바람에 추풍낙엽이었다.
민주당 일부 후보들도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지만 정부 여당의 프리미엄을 생각해보면 그 득표력이 한나라당과 같을 수는 없다. 수백표 내지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뉴타운 확정 공약은 여의도로 통하는 만능열쇠였다.
강북 집값을 올리는 것은 뉴타운 하나 때문일까?
선거가 끝나자마자 강북을 중심으로 뉴타운을 공약한 지역의 집값과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오세훈 시장의 말 한 마디에 난리가 났다. "집단적으로 속았다"는 반응에서부터 "그래도 반드시 뉴타운은 되어야 한다"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혼란의 연속이다.
이미 지정되어 개발되고 있는 뉴타운을 비롯하여 이 많은 뉴타운을 서울에 건설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주변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부동산 투기를 불러올 것이 명확하다. 이런 점을 한나라당 후보들은 이미 다 알면서 당선을 목적으로 국민들을 집단적으로 속였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에게 개발심리를 자극하여 표를 훔쳐간 것이 뉴타운뿐일까? 국회의원들이 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헛 공약이 백년지대계인 교육 공약에도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공약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48개 지역구 당선자 중에서 자립형 사립고(또는 자율형사립고, 이하 자사고)를 공약으로 내건 당선자가 26명에 이르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공약으로 내건 당선자는 21명에 이른다. 기존 3개의 과학고와 6개의 외고를 포함하면 거의 모든 구에 하나씩 특목고와 자사고가 들어서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선자들의 자사고-특목고 공약은 또 다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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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동의 한 학원에 붙어 있는 현수막. 특목고에 입학한 아이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
ⓒ 박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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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에 뉴타운을 설립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더 이상 뉴타운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구에 자사고와 특목고를 각각 설립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면 그렇게 되면 더 이상 특목고도 아니고 자사고도 아니다.
서울에는 사립 인문계 학교가 140개(공립은 70여개) 존재한다. 이 중에서 무려 53개가 자사고 또는 특목고가 되는 것이다. 전체 사립인문계 고등학교의 38%에 이른다. 그러니까 사립인문계 고등학교 10개 중에 4개, 즉 두 개 건너 하나가 자사고나 특목고가 되는 것이다.
서울시장의 뉴타운 개발 불가 선언에 이어 이제는 서울교육감이 자사고 26개와 특목고 27개 공약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교육적이지도 않지만, 과연 등록금이 기존 학교의 3배에 이르는 자사고 설립이 가능한가? 그리고 외국어고를 비롯한 특목고가 25개나 된다면 과연 특목고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서울 도봉을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유인태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뉴타운 공약에 대해서 "해서는 안될 자치 영역의 공약을 참모들이 하라고 해서 했는데 부끄럽다, 뉴타운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할 공약이냐? …국회의원 출마자 99%가 시의원들 (수준)의 공약을 했다"며 반성한다고 했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뉴타운이 지역자치단체장의 권한이라면 자사고나 특목고는 교육감의 권한이다. 결코 국회의원의 공약이 될 수 없고, 국회의원이 이런 것을 한다고 하였다면 이는 사기 공약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유세나 선거공약을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전지전능한 신이다. 오직 자신만이 해왔으며, 앞으로도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못하는 일이 없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시장·도지사·구청장부터 심지어는 교육감과 학교장의 권한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된다.
한나라당 당선자들, 공약 못 지키면 배지 반납할텐가
선거 기간 내내 그들은 그들만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공언했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그들의 권한도 아니고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그들에게 우리 학생들과 국민들은 묻는다. 이것을 약속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과 국민에게 가장 비교육적인 행태, 나아가 사기를 친 것이다.
4년 뒤에 당신이 공약한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를 지역구에 설립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지고 국회 배지를 반납하고 다음 선거 불출마를 국민 앞에 약속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