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건강

이건희 회장, 영욕의 21년 마감(YTN)

말글 2008. 4. 23. 10:42



[앵커멘트]

20여년 간 삼성그룹을 이끌어 온 이건희 회장이 오늘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냈지만 비자금 의혹 등에 휘말리며 특검에 두차례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영욕의 21년을 지순한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이건희 회장이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에 오른 것은 만 45살이었던 지난 1987년.

지난 1993년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혁신을 선도하며 삼성을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회장 취임 이후 삼성 계열사의 매출액은 14조 원에서 152조 원으로 11배.

이익과 시가총액은 각각 75배와 140배나 증가했습니다.

국내총생산의 18%를 차지하는 매출액과 상장사 전체의 20%인 시가총액, 그리고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의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LCD, 휴대전화 등은 세계 톱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영광 뒤엔 그림자도 그 만큼 짙었습니다.

지난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등 과거 정경유착 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일년 뒤 야심적으로 시작한 자동차 사업.

하지만 4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만 남긴 채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3년 전 터져나온 이른바 'X-파일' 사건.

삼성그룹이 비자금으로 정관계는 물론 검찰에까지 로비를 했다는 증거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의 방향을 도청으로 선회하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비자금과 로비,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며 세상이 다시 발칵
뒤집혔습니다.

[녹취: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랫사람한테는 선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율경영'과 '기술중시', '인간존중'을 축으로 하는 제2창업을 이끌며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을 일군 이건희 회장.

하지만 '특검 파장'을 넘지 못하고 20여년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한채 삼성그룹 '제3의 창업'을 위해 경영일선에서
퇴진했습니다.

YTN 지순한[shchi@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