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28 04:04
"도대체 뭣하러 왔었답니까. 무슨 현안이 있었나..."
임기를 한 달쯤 남겨둔 17대 국회 수장과 의원들이 최근 베트남을 다녀갔다.
임채정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 4명은 수행원 20여명과 함께, 18대 국회의원 총선이 끝난 지난 19일부터 5박7일 동안 베트남을 방문하고, 지난 25일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 길에 현지를 찾았던 것이다. 새 국회 원구성이 얼마남지 않아 이번 방문은 사실상 17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의원 외교라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베트남을 떠난 뒤 현지 교민 사회에선 "이들이 도대체 5일 동안 뭘 했는 지 모르겠다", "밥만 먹고 갔다"는 비아냥섞인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임 의장 일행의 이번 방문 스케줄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올 법하다. 토요일인 19일 하노이에 도착했던 대표단은 일요일인 20일까지 당연히(?) 아무런 공식 일정없이 휴식을 취했다. 임 의장과 동행한 의원들은 이 기간 일부는 골프를 치고, 일부는 관광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1일부터 시작된 공식 일정도 의원 외교라고 부르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었다. 스케줄은 밥먹는 일정으로만 꽉 채워져 있었다. 대표단의 일정은 이랬다. 21일 오전 베트남 국회의장 예방, 오후엔 만찬. 다음날인 22일에도 오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국가주석 예방, 오후엔 하노이 기업인 초청 격려 만찬. 물론 만찬 비용은 국회가 냈다. 그리고, 23일엔 베트남의 고도(古都)이자 관광지로 유명한 훼(Hue)를 방문했다. 이날은 아예 오찬 일정만 있었고, 하루 종일 비공식 일정이 이어졌다.
다시 24일 남부 경제도시 호찌민을 찾은 대표단은 하루 종일 특별한 일정없이 다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 역시 현지 기업인들과 만나 만찬을 갖고 밤늦게 한국으로 출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시간 넘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무척 피곤한 점을 감안해도 참으로 휴식이 많은 일정이었다.
물론 의원 외교라는 게 특별한 현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부의 공식 외교와 달리 실무보다는 의전이나 형식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임 의장 일행의 방문은 애초부터 알맹이가 있을 수 없는 방문이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물론 국제의원연맹 총회 참석이란 명분이 있었고, 이는 미리 예정된 행사이긴 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새 국회 구성 등에 쏠려 있는 시기에 장기 외유가 이뤄졌다는 것이다다. 더구나 이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 나서 국민들은 국회의장의 해외 방문은 사실 관심이 없었다.
임 의장이 베트남을 방문하기 불과 1개월 전 베트남 국회의장이 한국을 찾았다는 점도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 당시 응웬 푸 쫑(Trong) 의장은 나흘간 한국에 머물면서 임 의장과 양국 관심사를 논의했다. 당시 그는 방한하면서 대규모 기업사절단도 이끌고 와서 연일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려 임 의장의 이번 방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임 의장은 특히 국내를 떠나기 전 자신이 추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3명에 대한 추천을 2달 동안이나 미뤄 위원회가 간판만 내건 채 표류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을 받고 있었던 상황이다. 베트남측도 대표단을 초청하긴 했지만, 일각에선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왜 오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현지에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임기를 몇 달 남겨두지 않았던 국회의장 일행이 베트남을 특별한 목적없이 찾아오더니, 이번에도 또 왔다"며 "임기말만 되면 왜 자꾸 찾아오는 지 모르겠다. 비용도 수천만원은 들었을 텐데, 너무 속이 뻔한 방문이었다"며 수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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