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건강

친일명단 발표 안익태·최승희 등 1760여명 추가 (오마이뉴스)

말글 2008. 4. 29. 22:41

친일명단 발표 안익태·최승희 등 1760여명 추가
입력: 2008년 04월 29일 18:29:42
 
ㆍ문헌·증언 통해 ‘매국’등 인명사전 수록
ㆍ해외 친일자 대거 포함…보수단체 반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2005년 8월 29일 발표한 수록예정 1차 명단에 안익태·최승희·조두남·신현확 등 1760여명이 새로이 추가된 숫자다.1994년부터 진행해 온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 중 올 8월 ‘인명편’ 출간에 앞서 공개된 수록자 명단이다. 이번 명단에는 1차에서 제외된 지방·해외 친일행위자 등이 대거 포함됐다. 친일인사들은 매국·관료·문화예술 등 16개 분야에 걸쳐 선정됐다.


◇ 누가 포함됐나 = 작곡가 안익태, 무용가 최승희, ‘선구자’의 조두남·윤해영, ‘고향의 봄’ 이원수 등 저명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눈에 띈다.

안익태는 ‘천황’을 찬양하는 ‘에텐라쿠(越天樂)’(1938)를 작곡하고 개작하는 등 연주·지휘를 반복해오고 ‘만주국 창설 1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만주환상곡’(1942)을 작곡·지휘한 점이 꼽혔다. 또 골수 나치와 일본 관료들이 주도하는 ‘일독회(日獨會)’의 후원 및 지원을 받았고 `일본탄생 2600년 축전곡’의 세계 초연 및 지휘를 하기도 했다. ‘익태’의 일본식 독음인 ‘에키타이’라는 일본 예명을 썼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해외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했고 나치에 협력했던 행위가 너무도 명백해 이론의 여지없이 수록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승희는 일본무용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1940년대 10여회에 걸쳐 국방헌금으로 당시 거액이던 7만원 이상을 일제에 헌납했다. 또 각종 공연 및 글·기사를 통해 친일행위를 한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명단에 올랐다.

‘선구자’를 함께 만든 조두남·윤해영 등은 만주일대에서 친일활동을 한 점이 선정 이유다. 조두남은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으로 ‘아리랑 만주’ 등을 작곡해 일제의 침략전쟁정책을 옹호했으며 윤해영 역시 ‘낙토만주(樂土滿洲)’ 등을 지었다. ‘고향의 봄’의 작사자 이원수도 40년대 친일 작품을 남겼다. 시인 유치환은 친일논설 등이 확인돼 심의가 진행 중이다.

조선독립신문 윤익선 사장·현상윤 전 고려대 총장·고승제 전 서울 상대 교수·서범석 전 의원·고재필 전 보건사회부 장관·진의종·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도 교육학술 분야와 해외 친일인사 분야에 수록됐다.

진의종은 일본 내무성에서, 신현확은 일본 상공성·군수성 등에서 관리생활을 해 이름이 올랐다.

◇ 반성 혹은 반발 = 당사자·유족·후학들의 참회가 이어졌다. 1945년 10월까지 경상남도 하동·창녕 군수를 지내 이름이 오른 이항녕은 “적어도 고등관 이상의 관리는 친일파”라며 “일제의 청산은 부역자들의 사죄가 앞서야 한다”고 반성했다. 전남 화순군수 등을 지낸 현석호 역시 “나는 일정 때 고급관리로서 협력한 친일파”라고 고백했다.

파인 김동환의 아들 김영식씨는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의 후손들을 직접 만나 사죄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에 매월 회비도 납부하고 있다. 한용수·한창수·한상용의 후손 한진규씨는 2005년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 명단 발표 후 “조상들의 업적과 함께 친일행동도 후손이 책임지는 것으로 한국사회를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대한불교조계종·민족문학작가회의 등 단체에서도 2000년 이후 자신들의 친일 행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반발의 목소리도 있다. 뉴라이트 코리아 등 4개 보수 단체들은 기자회견장에 몰려와 박정희와 안익태 등 일부 인사들이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항의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이번 명단 발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반국가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선진화를 위해 애쓴 인물 사전을 새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확·최승희 등 명단에 포함된 인사측에서 비공식적으로 반발의견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김다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