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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로 한강에 컨테이너 선박 떠다닐까 걱정” (경향닷컴)

말글 2008. 5. 21. 18:15

“대운하로 한강에 컨테이너 선박 떠다닐까 걱정”
입력: 2008년 05월 20일 02:52:39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사안별로 일목요연하고 상세한 대답을 풀어놓았다. 정부의 대운하 사업이나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 등 민감한 현안에 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자신있게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3층 시장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고 역사성을 회복하는 등의 복합적인 사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상치되는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한강 르네상스의 대원칙은 ‘회복’과 ‘창조’입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게 회복이고, 용산·마곡 등 특화지구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게 창조입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게 한강 주운(舟運) 계획입니다. 한강을 중국 상하이나 칭다오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10년 뒤까지 내다보는 중기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공약으로 대운하가 나왔습니다. 이게 과연 한강 르네상스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검토한 결과, 한강만으로 보면 상치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강은 국가 하천입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사업을 한다면 서울시로서는 사업추진이 수월해지는 것입니다.”

- 대운하 건설로 예상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차질은 없습니까.

“우려하는 것은 대운하가 건설되면 컨테이너박스를 실은 배가 한강에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앞으로 휴식공간과 경관이 더 중요해지는 데 이건 우리가 생각했던 바가 아니지요. 또 큰 배가 지나다니려면 다리를 높이거나 간격을 벌리는 수정이 필요한데 그런 기술적인 부분이 대운하 사업과 충돌하게 됩니다.”

- 기본적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공감한다는 뜻인가요.

“대운하 사업의 당위성 여부는 제가 언급할 사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당부(當否)를 떠나서 대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담론이라는 겁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대운하 이외에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우선순위를 대운하에 두면 다른 우선 사업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대운하를 추진하더라도 허심탄회한 설득과 토론을 거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저는 토론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보고 대운하 관련 입장을 정리할 것입니다.”

-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이미 한강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한강변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한강에서 먼 시계(市界) 변두리 지역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2단계 한강 프로젝트가 곧 실시될 예정입니다. 중랑천·안양천 등 큰 지천들을 한강 르네상스 수준으로 정비할 예정입니다. 또 이미 한강변 이외 지역에도 삶의 질을 끌어올릴 녹지·문화 공간 조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 최근 논란을 빚었던 뉴타운 사업에 관한 방침과 입장을 명확히 정리한 걸로 압니다.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현 상황에서 추가 지정은 없고, 1~3차 뉴타운 사업 진척이 상당히 가시화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서울시 원칙엔 변함이 없습니다.”

- 뉴타운 사업이 내용 면에서 이런저런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뉴타운이 들어서면 과연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느냐, 원주민 삶의 질이 높아지느냐, 개발이익이 특정계층에 집중되고 있지 않으냐 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지적하신 문제점들이 바로 뉴타운 추진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단점들입니다. 뉴타운이 이상적인 형태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다보면 어려움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최대한 단점을 보완하려 합니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진척도를 보며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운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장점과 단점·부작용을 모두 파악해 수정보완하겠다는 겁니다. 이미 10여명의 자문단을 구성해 수정할 부분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필요론이든, 부작용론이든 모두 모아서 올 연말까지 충분한 논의를 끝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법제화를 거쳐 각 뉴타운 사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 현재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지구에 적용되는 것인가요.

“동시에 다 허무는 게 아니라 조금씩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순환개발’은 이미 적용되는 곳도 있습니다. 진도가 많이 나간 곳은 어렵겠지만 상당수 뉴타운에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단지를 조성하거나 아파트 밀집을 막기 위해 저층형 타운하우스를 짓는 방안 등이 추진될 수 있습니다.”

- 소형 주택 의무 비율이 현행 20%인데, 그러면 뉴타운이 중대형 평형 위주로 가는 게 아닌가요. 뉴타운의 취지가 주거환경개선이긴 하지만 주거시장 안정도 시급한데요.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 필요성이 있습니다. 서울시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토해양부와 끊임없이 논의하는 중입니다. 소형 평형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 각종 불량식품 적발과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등에 따라 먹을거리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요.

“서울시는 올해부터 ‘시민 밥상은 서울시가 책임진다’는 기치를 내걸고 ‘안심하고 드세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식품안전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시민 식품안전 검사청구제도 도입했습니다. 아울러 ‘아파트 직거래 시장 검사’, ‘한우 유전자 검사’ 등 서울시의 독자적인 식품 안전망을 구축해서 사회적 문제가 된 불량식품을 시민들의 식탁에서 영원히 퇴출시킬 것입니다.”

- 새로운 위해 요인으로 등장한 광우병 문제와 관련한 대책은 무엇인지요.

“식육판매점 등 축산물취급업소의 원산지 표시에 대한 점검과 단속을 강화해 수입산 식육의 국산 둔갑을 방지할 계획입니다. 단체급식소와 표시의무화 대상 제외업소인 100㎡ 이하 업소에 대한 지원과 점검도 병행할 방침입니다. 또 유통 중인 수입 축산물을 대상으로 잔류 항생·항균물질, 식중독균 등 병원성 미생물 검사를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 4년 임기의 절반쯤 지났는데 감회가 어떠신지.

“한달여만 지나면 반환점이네요. 원래 서울시가 바람잘 날 없는 곳이에요. 여기 계속 있으면 사람 도사가 될 것 같아요(웃음).”

- 지난 2년간 시정을 펼치며 나름대로 생각하는 성과는.

“취임 직후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성공한 시장이냐 아니냐를 사업으로 평가받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내가 서울시의 일하는 분위기를 바꿔놓으면 성공이고, 바꿔놓지 못하면 실패한 시장이다’라는 기준으로 자평하고 싶습니다. 외부 평가는 인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울시 직원들이 달라졌다, 친절해졌다, 민원 처리도 빨라졌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는데 내부의 불만 목소리는 없나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조조정 인사를 단행했는데 내부 반발이 현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는 직원이 1만명 조금 넘습니다. 큰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보다 냉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됐어요. 엄격한 아버지 같은 리더십이에요. 따뜻한 어머니 같은 시장을 기대했던 직원들이 처음에는 떨떠름하고 당황하는 분위기였는데 지난 2년간 초지일관한 제 인사 스타일을 겪고나서는 내면으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직원들 보기에도 조직이 달라졌을 테니까요.”

▲오세훈은 누구

오세훈 서울시장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일고와 고려대 법학과,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91년부터 변호사를 하며 법률상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서울 강남을)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5·6공 출신 인사 물갈이를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대담:김종훈 전국부장>

<정리 차준철·심혜리, 사진 김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