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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시대에는 아픈 것도 죄다?(오마이뉴스)

말글 2008. 5. 23. 08:08

MB시대에는 아픈 것도 죄다?
[주장] 정부의 의료시장 민영화 추진을 경계한다... 청와대를 민영화해라
곽동기 (dkkwak76)
   
지난 3월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 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보건복지가족부

이명박 정부의 경제폭주가 입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철저한 대미의존 경제 행보로 구설수에 오른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중요한 기관, 기업들을 신자유주의식으로 청산하는 공기업 민영화를 전면화하고 있다. 이미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에 이어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 의료민영화, 도시, 가스 등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의 논리에 의거하여 의료보건정책을 대하고 있다. 물론 항간에 회자되는 '국민건강보험 민영화 방안'에 대해 5월 21일 보건복지가족부는 "건강보험 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입장을 피력하였다. 그와 동시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전국 모든 병원이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당연지정제'를 지속하기로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보건가족복지부의 발표는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던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보건 정책도 기본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여지를 줄여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신자유주의 전략이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던 공기업, 기관들을 매각한다면 정부의 지출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발상은 이명박식 'MB 노믹스'의 기본 중 하나이다.

 

애초에 기획재정부는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의료보건부문을 시장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 맡긴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구현하는 것으로 된다.

 

당연지정제는 국내의 병원이 자동으로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도록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영리의료법인은 경영난에 허덕인다는 일선병원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병원의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개념이다. 여기에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첨부되면 이는 국민건강보험을 민영화하지 않았다 뿐이지 의료시장 전반이 시장의 논리에 종속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의료시장은 이미 독점화 된 지 오래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단계에 대한 삼성생명의 보고서(2003). 현재 4단계까지 진행되고 실손형의료보험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영리병원과 결합한 수익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과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을 확대하는 단계를 앞두고 있다.
ⓒ 김동영
민간보험

이명박 정부는 의료시장을 민영화해야 국민이 자기 소득수준에 맞는 보다 알차고 효과적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리의료법인 등을 허용하여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병원의 자생력을 마련해 준다면 소비자들이 치료받는 서비스가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한다면 훨씬 과학적인 보험가격 책정으로 그 혜택 역시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다음 면에서 이미 틀려먹었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시장마저도 여느 경제부문처럼 상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시장의 논리를 의료시장에는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의 논리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언제나 충분한 상품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상품의 수요자는 여러 가지 상품을 균등하게 비교해 볼 기회의 자유를 가지며 상품선택에서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이러한 대전제가 무너지면 시장은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만다.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의료시장도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격이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산정될 것처럼 주장하고 그러한 시각에서 접근하지만, 의료시장의 특성상 시장논리의 가격생성은 불가능하다. 의료시장은 기본적으로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기, 두통 등을 진료받는 동네의원이야 주변에 포진해 있어 가격경쟁이 통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건의료의 핵심이 되는 뇌질환, 심장질환 등의 중병을 치료할 수 있는 대형 전문의료기관은 이미 독점화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 말기 환자의 경우 치료만 보장된다면 병원비는 그야말로 부르는 것이 값이 될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등을 당한 응급환자에게도 병원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 응급환자의 경우 일분일초가 치료에 매우 귀중하므로 평소 선호하는 병원과 관계없이 무조건 가장 빠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결국 의료시장은 정상적인 형태로 작동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를 수 없다. 왜냐하면 공급자에 비해 수요자가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의료시장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이 영리화되면 병원비용을 체계적으로 올릴 것이 자명하다.

 

맨 먼저 일류 의료기관의 치료비가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중소의료기관이 이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일반 의료기관 전반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식시장을 독점하는 유명 사립대학교에서 등록금을 체계적으로 올려나가면 그 현상이 전체 대학으로 일반화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국가의 목적은 공공의 이익확보이다

 

그러므로 의료시장은 무엇보다도 공공성에 기초해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국가의 역할 자체가 바로 공공의 이익을 지키고 확립하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안보를 위해 군대를 운영하고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을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 경찰청을 운영한다. 마찬가지로 국가는 국민보건을 위해 의료보건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의료체계는 국민을 위한 공공복리의 일환이다.

 

놀라운 점은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냉전질서에 편승해서 미국 무기를 구매하고 비대한 군대를 유지해 나가는 국방비에는 매년 18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지만, 정작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교육, 의료와 관련한 예산배정은 인색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이 항상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원이 사실상 고갈되고 있다며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듯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적자가 2007년 2847억원에 이어 2008년 14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누적적립금도 2005년의 1조2500억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강하여 현재 7500억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적자 폭도 결국은 이를 책임지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탓이다. 매년 140조원의 세금을 국민에게 걷어 1년치 예산을 운용하는 정부가 불과 2000억원 내외의 적자가 부담되어 의료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7조3천억원의 재정지원이면 무상의료까지도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매년 18조원의 국방비는 아낌없이 쏟아부으면서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의료보험 적자 폭을 두고 의료시장의 근간을 뒤흔들려고 하니 국민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병원이 무서워지는 의료민영화

 

   
영화 <식코>의 한 장면. 한 사내가 손가락 두 개를 사고로 잘리고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가격제안을 한다. 완전히 잘린 가운데 손가락을 6천만원에 붙이면 아직 조직이 붙어있는 손가락은 천2백만원에 '할인'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보험이 없는 그는 의사를 설득해 '싼' 손가락만 붙이기로 한다. 가운데 손가락은 쓰레기 매립지에 묻혀진다.
ⓒ Lionsgate
식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의료 민영화의 수혜자는 한-미 FTA를 통해 의약품시장을 장악하고 보험시장 부문에 상륙할 미국자본과 영리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국내 중-대형 병원들이 된다. 공공성이 생명인 의료시장을 민영화하면 의료비용의 상승으로 병원 측은 돈다발을 갈퀴로 긁어모으게 되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생동한 실례로 지난 70년대부터 이미 의료시장 민영화를 추진한 미국의 예를 통해 의료 민영화의 귀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미국 국민의 의료비 부담액은 현재 국민소득의 1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4만달러에 육박한다고 하니 의료비는 6400달러, 원화로 매년 650만원에 달한다. 유럽의 프랑스·스웨덴도 11%이며 영국이나 한국은 6~7% 선임을 비교하면 천정부지의 미국 의료비 부담액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 의료보험의 민영화 결과 보험료가 매우 비싸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부부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매월 500달러 규모로 1달에 50만원 정도에 달한다. 그러한 관계로 현재 미국 전체 인구 3억명 가운데 4700만명은 지금도 아무런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정부가 민영화의 논리로 의료보건부문의 생명으로 되는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라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의 예로 소방청과 경찰청도 민영화되어야 하겠고, 언젠가는 군대마저도 민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차라리 청와대를 민영화해라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한 이명박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쇠고기

의료부문의 민영화 시도는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의 성토가 광우병 쇠고기에서 의료민영화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이 의료민영화를 생존권 위협으로, 광우병 논란 쇠고기 수입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이 걱정하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이명박 정부는 당선 이후 서서히 얼굴색을 바꾸고 있다. 국민이 걱정한 경제는 민생경제인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경제와 재벌경제만 신경 쓰면서 정작 민생현안은 외면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과는 직통전화를 개설하며 밀담을 속삭이지만 국민을 향해서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이명박 정부를 국민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속절없이 20%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명박의 지지율을 청와대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민을 기만한 채 집권하여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 민영화가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청와대를 민영화하라는 것이 항간의 여론이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중입니다.

2008.05.22 17:50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