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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봉투 제공' 김귀환 서울시의장 영장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린 혐의(뇌물공여)로 경찰이 서울시의회 김귀환(59) 신임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한 가운데 13일 오후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김귀환 신임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 연합뉴스 김현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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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21일 오후 1시 50분]
민주당이 21일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에게서 돈을 받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귀환 의장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했다.
김민석 "김귀환 의장 돈, 여당 국회의원들에게도 전달됐는지 확인해야"
민주당 '서울시의회 뇌물사건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 동안 익명으로 떠돌던 '김귀환 리스트'의 일부를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회의원 후원금 명단에 따르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4월 28일)와 권택기 의원(3월 25일)이 김귀환 의장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장은 권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 제2선거구 시의원이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김귀환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동대문을의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후원금을 건넨 정황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귀환이) 본인 지역구와 상관없는 국회의원에게 준 후원금 액수가 통상적 상식을 뛰어 넘는다"며 "그들이 받은 돈이 대가성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홍 원내대표와 권 의원은 김귀환 의장으로부터 돈이 전달된 경위와 시기를 명확히 밝히고, 만약 수표로 받았다면 그 수표가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우리은행 낙성대지점과 같은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한나라당 강승규(마포갑)·진성호(중랑을)·윤석용(강동을) 의원 등의 선거 사무실이나 유세장에서도 해당 시의원들과 돈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돈이 국회의원들에게도 전달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는 한편, 김 최고위원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홍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후원금을 거절했더니 김귀환이 내 계좌로 돈을 보냈고, 한달에 한번씩 통장을 정리하다가 돈이 들어온 걸 알았다"며 "여직원에게 영수증 처리를 바로 하게 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내 지역구의 시의원이 시의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김귀환이 보낸 돈은 선거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그런 걸 문제 삼는다면 후원금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전력'을 거론하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SK에서 불법자금 2억원을 받아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다. 불법자금 받아서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이 나처럼 합법자금 받은 사람을 거론할 자격이 있나? 그런 식으로 (여당에) 상처를 줄 생각이라면 민주당 의원들에게 들어오는 후원금도 전부 조사해야 한다."
차명진 대변인 "더 이상 조사할 필요도 방법도 없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파문의 장본인 김귀환 의장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오늘 3시에 열리는 서울시당 윤리위에서 김 의장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최병국 윤리위원장과 장광근 서울시당위원장을 참석시켜 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나라당 당규는 당원에게 경고와 당원권 정지·탈당권유·제명 등 4단계의 징계 조치를 내릴 수 있는데, 탈당을 권유받은 당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10일 후에는 자동으로 제명된다.
김 의장쪽 변호사는 최근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김 의장을 변호했지만, 당 지도부는 ▲ 수사기관에서 김 의장에게 혐의를 두고 수사하는 점 ▲ 김 의장이 목적을 가지고 돈을 준 점 등을 고려해 당사자에게 당초 예상됐던 '당원권 정지' 이상의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의장이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후원금의 경우 총선 와중에 적법하게 처리된 돈이기에 더 이상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차 대변인은 "문제삼기 어려운 시기에 문제삼기 어려운 방법과 목적으로 후원금이 처리됐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할 필요도 방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 대변인은 "30여명의 시의원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보고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내부 조사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국회의원 또는 시의원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