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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옥중 의장님’…팔장 낀 서울시의회(한겨레신문)

말글 2008. 11. 7. 13:14
버티는 ‘옥중 의장님’…팔장 낀 서울시의회
[뉴스 쏙] 사퇴거부 5개월째 공석 왜?
한겨레 권은중 기자
» 서울시의회 건물의 안과 밖. 돈봉투를 돌려 당선됐다가 구속되어 유죄판결을 받고도 아직 의장직을 내놓지 않고 있는 김귀환 의장의 사퇴 여부와 그 후임 선출이 요즘 서울시의회의 ‘뜨거운 감자’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귀환의장 “재판에 유리” 의장직 안내놔
국회의원 교두보…당 실세에 수표 로비도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은 지난 6월 의장 선거 때 동료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려 구속됐다. 시민들은 예상 이상으로 노골적인 서울시의회의 선거 작태에 다시 한번 염증을 느껴야 했다. 그런데 잠깐! 이 기사는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아니라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시작한다. 김 의장이 유죄선고를 받고 구치소에 들어간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가 아직도 서울시의회 의장 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김 의장이 5개월째 버티다 보니 요즘 서울시의회에선 공석인 의장을 다시 선출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의장을 새로 뽑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온갖 추문을 일으켰던 지난 선거가 재연될 우려도 커진다. 도대체 서울시의회 의장이 어떤 자리이기에?

 

■ 서울시의회, 상식과 정반대로만 가는 이유는?

서울시 의원들, 특히 소장파들은 김 의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하루빨리 새 의장을 뽑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김 의장은 버티고 있다. 서울시의회 박병구 한나라당협의회 대표는 “김 의장이 의장직 사퇴와 의원직 사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의원들은 김 의장이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것은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재판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 김 의장을 사퇴시키면 되는데 서울시의회는 이 방법을 외면하고 있다. 의장 불신임 의결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원 106명 가운데 9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이 가운데 28명이 김 의장에게 돈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이어서 불신임 의결안이 발의,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 한나라당 시의원들도 김 의장의 태도에 불만만 표시할 뿐 퇴출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의장 대행인 김진수 부의장은 “본인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김 의장을 사퇴시킬 방법은 없다”며 “재선거가 올해말이 될지 내년초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으로 가는 교두보

김귀환 의장은 의장직을 꼭 품에 안고 있지만 이미 의장직을 노리는 후보 4~5명은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서울시의회 의장직은 시의원들에게 단순히 명예 이상의 매력적인 도전 대상이다.

 

의전 서열이 서울시장 다음이어서 각종 행사에 서울시장과 나란히 단상에 앉는다. 의정비 6800여만원에 별도로 업무추진비 6300여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비서진 5명에 그랜저 승용차, 사무처 직원 인사협의권 등이 추가되지만 실제 이런 혜택은 의장을 노리는 후보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시 의장이 되면 한나라당 비례대표 기회가 다가온다는 점이다.

 

6대 서울시의회에서 의장을 지낸 이성구, 임동규 두 의원이 각각 17대와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래서 시의원들은 의장 선출을 단번에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는 급행 티켓으로 여긴다.


■ 역시 선거는 ‘물귀신 작전’이 최고?

서울시의회 의장은 선출 방식이 국회의장과는 전혀 다르다. 모든 지방의회는 ‘교황 추천 방식’으로 의장을 뽑는다. 의원들이 무기명으로 이름을 적어내는 교황 추천 방식이다. 그래서 결국 자기 당 의원들을 돈으로 구워삶는 추태가 벌어진다. 서울 중구의회 의장선거에서 최근 성접대까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지방의회를 완전 석권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는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부정들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은 김귀환 의장은 선거 당시 시의원 24명에게 100만원짜리 수표를 건넸고, 몇몇 의원들에게는 200만~500만원을 줬다. 김 의장은 또 한나라당 실세 국회의원들에게도 수표로 최고 500만원을 건넸다. 다른 비리와는 정반대로 일부러 흔적이 남는 수표를 건넨 것은 나중에 사고가 터질 것에 대비해 돈 받은 이들까지 공동운명체로 만들려는 ‘물귀신’ 작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표를 받은 의원 가운데는 상대편 후보 선거운동원들도 있었다.

 

■ 돈봉투 선거, 이번에도 게속될 듯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 된 차기 의장 선거전에도 이런 문제들이 그대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중앙당의 한 간부는 “서울시 의장 선거는 20명 정도의 의원들에게 각각 자동차 한 대 값(1천만원)은 써야 당선되는 것이 통례”라며 “이전보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늘어나 실탄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귀환 의장이 썼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오갈 것이라고 중앙당에서 공공연히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한나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 아예 선거 없이 추대로 의장을 뽑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 의원들은 “전례없는 일”이라며 기존 방식을 고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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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8-11-06 오후 06:55:16 기사수정 : 2008-11-07 오전 08: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