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 상인들 “관광명소는 무슨…굶어죽을 판” | |||
입력: 2008년 11월 20일 11:59:57 | |||
“오늘 2만원 벌었나? 요즘 개시 못하는 날이 허다해요.”
서울풍물시장(Seoul Folk Flea Market)이 개장한 지 7개월. 세계적인 풍물시장으로 만들겠다던 당초 서울시의 공언과 달리, 상인들은 “동대문운동장 시절만 못하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토속품을 팔고 있다는 ㄱ씨는 담배를 피우며 이렇게 말했다. 동대문풍물시장 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가 공개한 ‘서울풍물시장 이전을 위한 협약서’에는 공사완료 시점이 방범, 방풍을 위한 개폐형 투명외벽과 냉난방 시설 완료시점으로 돼 있었다. 개장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서울풍물시장은 여전히 공사 중인 셈이다. 볼멘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동대문운동장에 비해 상권이 없고 외진 위치상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신설동역에서 골목길을 돌고 돌아야 풍물시장에 도착하는데 다른 건물들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며 “택시기사들도 풍물시장 위치를 모르더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자치위는 서울시가 ▲풍물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 ▲주변의 여유 공간을 이용해 이벤트성 영업행사 허용 ▲올해 12월 중 숭인여중 부지교환 완료 등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4만원 선에서 합의했던 임대료를 지난 1일 서울시가 1층은 7만원대, 2층은 6만원대로 책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풍물시장 2층에는 한 상인이 ‘죽어있는 풍물시장 사용료 부과 절대 반대’ ‘오 시장은 약속이행을 즉각 실천하라’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단식 농성 중이다. “신설동으로 이전한 것은 우리가 원해서 한 게 아니에요. 서울시 정책 때문이었지. 우리는 대안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전한 건데, 엄동설한이 왔지만 뭐가 돼 있나요. 풍물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초기에 잘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주차장도 공사한다고 막아놓고 실제로 공사는 하지 않고. 주차장이 없어서 돌아가는 손님들이 태반인 판에 이게 과연 활성화인가요.” 상인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상인 ㄴ씨는 “많은 물건 속에서 보물을 찾는 게 풍물시장의 묘미인데 서울시는 ‘이런 디스플레이는 안 된다’ ‘이 상품은 안 된다’ ‘나이 먹은 사람은 안 된다’고 제재만 한다”며 “그렇다면 이게 풍물시장인가, 백화점이지”라고 비판했다. 황학동 시절부터 동대문을 거쳐 신설동까지 10여 년 동안 구제품 장사를 해왔다는 ㄷ씨는 “풍물시장이라면 사방이 트여야 하고 조금 자유분방하게 물건도 진열돼 손님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장한지 5개월만에야 외국인 관광객을 봤을 정도인데 이게 어디 오 시장이 말하는 1200만 관광유치 사업인가. 홍보라도 제대로 해 달라”고 답답해했다. ◇ 서울시 “할만큼 했다…상인들이 각성해야” = 서울시 가로환경개선추진단 풍물시장관리팀 이병근 팀장은 상인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치위가 주장하는 협약서 내용에 대해 “법적인 효력이 없다. 직인이 찍혀야 법적인 효력을 갖는 것이다. 이전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일 뿐이고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일 뿐”이라며 “풍물시장은 공설시장이다. 그러나 진열방식 등을 규제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 “풍물시장을 지을 때부터 고정된 성냥갑 개념이 아니라 노점과 상가의 중간 형태로 계획한 것”이라면서 “곧 전열기 30~40대 설치하는 공사에 들어가고 자동차 104대를 수용할 주차장 공사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의 불만에 대해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상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손톱과 머리카락 등 매무새를 깨끗이 하고 친절도를 높이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버스·지하철 광고부터 개장행사, 한가위행사, 팸플릿 제작 등 안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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