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선 다른 길 가는 정동영·손학규 [중앙일보]
정, 중국 연수 연기 … 측근들, 덕진 출마 기정 사실화
손, 주변에 “불출마” … 강원도 농가 칩거 계속할 듯
한 사람은 1년여 전 대통령 자리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다른 한 사람은 대선 패배로 흔들리는 당을 정비하는 책임을 맡았다. 두 사람은 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한 적도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선 배수의 진을 친 채 수도권에서 출마했고, 고배를 마셨다. 지금은 야인의 길을 걷고 있다. 정동영(얼굴左) 전 통일부 장관과 손학규(얼굴右) 전 민주당 대표의 얘기다.
4월 29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안에선 두 사람의 선택이 화제다. 정작 본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측근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둘의 선택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 중인 정동영 전 장관은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설이 흘러나온다. 올 초 중국 칭화대로 옮기려던 계획을 최근 잠정 연기한 것도 출마를 염두에 둔 거란 해석이 나온다. 그는 17일 워싱턴에서 교민들이 개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 기념행사에서 “내가 대선에서 패한 게 나 한 사람의 패배에 그치지 않고 온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나 한국 상황도 호전되리라는 낙관적 생각을 하며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출마설에 대해 본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측근들에게도 “출마와 관련된 논의를 일절 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주 지역 측근들은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채수찬 전 의원과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 임수진 전 진안군수 등이 민주당 공천을 노리고 뛰고 있다.
문제는 당의 선택이다. 한 당직자는 “정 전 장관처럼 인지도 높은 인사를 공천하자는 의견과,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새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총선에서 패한 뒤 많은 사람이 외국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손학규 전 대표는 국내에서 잠행 중이다.
그는 최근 재·보선 출마설에 대해 “절대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손 전 대표는 지난해 7·6 전당대회 이후 머물러 온 강원도 춘천의 농가에서 닭을 치고, 독서로 소일하고 있다. 그의 칩거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올여름 탈고를 목표로 2000년 출간했던 저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의 재집필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책은 대선 패배로 방황하고 있는 진보세력들에 새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을 거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손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인사는 “몇 달 더 긴 호흡으로 진로를 구상한 뒤 8월께 책 출간을 계기로 (정계에)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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