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바로알기

"명절 곶감쯤…" 선거법 철퇴 맞는다(연합뉴스)

말글 2009. 1. 22. 09:52

대법원 정의의 여신(자료사진)

법원, 공직후보자 명절 선물 살포 `엄단'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설 같은 명절 때면 평소 고마움을 느껴온 주변 사람에게 자그마하나마 선물을 하는 게 미덕이라지만 공직후보자로 나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가벼운 선물일지라도 표심을 사려는 `흑심'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대부분 벌금형이 내려지는데 100만원 이상이면 의원직을 잃는 등 선거 결과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절대 가볍지 않은 벌이라고 할 수 있다.

   ◇ 곶감, 간고등어…"작은 선물" 무시했단 `큰 코' = 22일 각급 법원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낙마한 적이 있는 전 도의원 A 씨는 2006년 설 무렵 한 학교운영위원 등 270여명에게 각각 2만원 짜리 곶감 상자를 보냈다.

   우유대리점을 운영하던 A 씨는 곶감 상자 겉면에 `○○우유 A'라고 붙였지만 상자 안에는 도의원, 국회의원 출마 사실 등 정치 경력이 적힌 명함을 넣어뒀다.

   이것이 적발되자 A 씨는 우유 판촉을 할 요량으로 학교운영위원 등에게 작은 선물을 보낸 것일 뿐이고 이는 당시를 기준으로 2년이나 남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정당 당원으로서 상자에 정치 경력이 기재된 명함을 넣어 보낸 점 등에 비춰보면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해당한다"며 A 씨의 주장을 일축하고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서울 모 구청장에 출마하려던 인사의 부인 B 씨는 한 손에 1만원 가량인 간고등어를 사 돌리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경우.

   B 씨는 2006년 설 무렵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C 씨에게 간고등어를 다섯 손을 주면서 D 씨 등 다른 여성 당원들에게 나눠주도록 했는데 그만 이것이 적발된 것이다.

   B 씨와 C 씨는 서로 평소 음식을 나눠 먹을 정도로 매우 가깝게 지내던 사이인데 간고등어를 받은 날 우연히 D 씨를 만나 격려의 의미로 준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들에게 모두 벌금형을 내렸다.

   부산광역시 의원이던 E 씨는 제4회 동시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둔 2006년 설 무렵 같은 당 지역 간부인 F 씨에게 청주 선물세트 3개를 건넸다.

   F 씨는 다시 지역구 하부 조직 간부들에게 "E가 주는 것이니 소문내지 말고 가져가라"며 청주를 줬다.

   E 씨는 설을 맞아 제수용으로 쓰라고 청주를 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부산고법은 E 씨가 같은 청주 세트를 40개나 사들였고 평소 준 적이 없는 선물을 갑자기 준 점 등에 비춰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밖에도 법원은 구의원 출마하기 몇 달 전인 2005년 설 직전, 지역유지 18명에게 11만원 짜리 전복을 선물한 서울 한 구의원에 대해서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 `선거법 전과자' 안 되려면 = 현행 선거법은 공직에 있거나 공직에 나설 뜻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뿐이다.

   선거법은 후보자라 해도 정상적인 생활 형태의 하나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 질서의 범위 안에서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때에는 기부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정치인들에게도 최소한의 `사람의 도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처벌 사례를 보면, 법원은 피고인들이 평소에 선물을 주지 않던 사람들에게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선물을 한다거나, 선물을 주며 이런저런 방식으로 지지를 부탁하는 경우 `흑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선거법을 적용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 후보에 나설 뜻이 있는 사람은 설 인사 등을 핑계로 같은 당 당직자를 포함해 선거구민에게 선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설에 열리곤 하는 윷놀이 등 세시 풍속 행사나 경로잔치에 돈이나 음식물을 건네거나 새해 인사를 명분으로 선거구민의 모임을 찾아다녀서도 안 된다.

   만약 경로당 같은 곳에 물품을 제공하려면 자신이 직접 해 생색을 내는 대신 자선 또는 구호단체를 통해 건넨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선관위는 "설을 즈음해 세시 풍속을 빙자한 설 선물, 금품제공 등 선거법 위반 행위 발생 소지가 크다고 보고 다음 달 22일까지를 특별 예방 및 단속기간으로 정했다"며 "4월29일 재ㆍ보궐선거와 농ㆍ축협 등 공공조합장 선거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단속 인력을 투입해 위법 정황을 자세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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