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反轉) 기회 온다고 확신… 중산층 복원이 제1 과제"
●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인터뷰
李대통령 장점은 위기 돌파 요즘 그런 모습 보고 있다
기업 어려우니 정부가 돈 써야
공기업 개혁, 올해 못하면 끝
곽승준(49) 미래기획위원장(장관급)은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위기로 가고 있고 곧 실물위기로 인한 사회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사회위기를 막아야 이명박 정부가 반전(反轉)할 수 있다"고 했다.
곽 위원장은 대선 때 정책기획팀장, 인수위 때 기획조정분과위원회 간사(정책담당), 1기 청와대 때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이명박 정부의 정책 조율사다. 작년 6월 촛불시위 때 물러났다 이번에 복귀한 그는 "올해 정부의 우선순위는 사회위기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제1번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작년엔 공기업 선진화, 개방화, 규제 완화, 교육개혁 등 네 가지를 강조하던 그가 '사회안전망을 통한 중산층 복원'을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내부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4월 중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3조~5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계획하고 있으나 곽 위원장은 "사회위기를 막기 위해선 추가경정예산을 더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예산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역(逆)모기지론, 자산담보부 대출을 확대하는 등 금융 지원, 의료보험 6개월 이상 체납자의 보험료를 국가가 대납해주는 조치 등을 거론했다.
- ▲ ‘다시 돌아온 MB의 브레인’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3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대량 실업 등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확충, 중산층 복원 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해 이 정부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곽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이 대통령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용어에 눌려 '서민 친화적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게 불만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말한 '국민성공시대'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국민들도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어려운 때일수록 어려운 사람을 돕는 정책을 반드시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경제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실물위기가 오면 자영업자나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더 어려워진다. 대량 실업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다 함께 집에 있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를 창출해 중산층을 복원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기업은 돈 쓸 형편이 못되니 정부가 써야 한다"고도 했다.
곽 위원장은 자신이 국정기획수석 시절 열정을 갖고 추진하던 공기업 개혁이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지지부진해진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그는 "공기업 개혁이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이명박 정부다운 과제"라면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통합, 산업은행 민영화 등 세 가지가 공기업 개혁의 '국·영·수'다"라고 했다. 그는 "국·영·수를 올해 내로 끝내지 못하면 (임기 중) 못하게 된다"고 단언했다.
곽 위원장은 외교안보와 통일 분야에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민감한 주제인데 통일부와 함께 통일정책 재정립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자유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정립이란 어떤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국제 상황은 생명 유기체 같다. 변하기 마련이다. 국제 경제와 정치가 결합돼 있는데 새로운 구조가 형성되면 거기에 맞춰서 재정립하자는 것이다"고 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등장에 발맞춰 외교안보정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다만 그는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공약에 대해 "비핵은 당연하고 북한이 개방을 하면 국민소득 3000달러로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현재 북한과 대화 채널이 차단돼 있다고 해서 마치 정책 목표가 잘못 설정된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는 국정을 망라하는 5개 분과위를 두고 있으나 그는 거시경제와 금융정책, 국방, 개헌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가 나서서 입장을 밝힐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지난 1년을 총평하면?
"사실 이명박 정권 탄생을 지지했던 그룹(곽 위원장은 '수도권 30·40대'를 핵심층으로 꼽았다)이 요구했던 것(공기업 개혁, 규제 완화, 개방화 등)들이 사실 이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촛불시위를 맞으면서 이 핵심 지지층이 와해되고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 작년 말부터 이 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이 조금만 더 지지해주면 작년에 못한 부분을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다."
―결국 촛불시위로 인해 청와대서 물러났는데….
"참 아쉬운 게…, 지금 보면 한우 소비량이 늘었다. 호주산만 줄고 미국산도 늘었다. 또 미국서 광우병 환자는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가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촛불시위와 경제위기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은 계속 해야 했는데 그걸 못한 게 제일 안타깝다."
―요즘 이 대통령은 어떤 각오인가?
"작년 말부터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장점이 위기 때, 어려울 때 의연하게 돌파하는 모습인데 요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 올해 상당히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임기 첫해를 어렵게 보냈는데 남은 4년을 어떻게 전망하나?
"나는 반전(反轉)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하려고 했던 개혁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성공하면 세계 경제가 회복할 때 우리 경제가 가장 빨리 회복될 것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은?
"경제 주체들이 야수적 본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돌아가려면 야수적 본능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커서 초식동물처럼 좌고우면한다. 정부는 경제 주체에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 또 국민들에겐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꿈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정부의 강점과 약점을 꼽는다면?
"변화, 개혁, 실용과 몽골 기병 같은 신속성이 강점이다. 약점은 내가 어떻게 말하겠나."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입장은?
"행정구역 개편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쉽지 않다. 국민들은 왜 하는지, 무슨 목적인지, 무슨 혜택이 있는지 잘 모르고 야당은 선거구 개편으로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시급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 ▲ MB의 핵심 브레인 중 한명으로 최근 다시 직책을 맡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인터뷰.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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