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미국에선 은행 국유화 논란이 한창이다. 부실한 은행에 자금을 투입해도 금융불안이 누그러들지 않자 아예 정부가 은행의 주인으로 들어와서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이 정부의 지배권 밑에 놓이게 될 때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않기 때문에 국유화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국유화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고 그 절차와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정부와 씨티은행이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을 계기로 국유화 논란이 촉발됐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금융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데다 임원보수 제한도 받는 등 사실상 월가가 워싱턴의 영향력하에 놓여있는 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유화라는 용어는 정부가 민간기업을 인수해 소유권을 갖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 쓰이는 은행 국유화는 정부가 위기에 내몰린 은행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상당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금융회사의 자산.부채를 동결하고 압류하는 것을 지칭할 때도 있다.
이 경우 미국에서는 예금보험공사(FDIC)가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일부에선 미국 정부가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지분을 받았으므로 이미 국유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직 국유화된 것은 아니다.
미 정부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로부터 받은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에 우선권을 갖는 우선주다.
당시 정부는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주면서도 '관치'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받았다. 동시에 이는 배당에 중점을 둬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주안점을 둔 방식이었다.
이 우선주가 일정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돼야만 정부가 대부분 단일 최대주주의 지위에 등극,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정부의 지분율이 반드시 50% 이상을 넘어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민간 금융부문에 대한 정부 지배권 행사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최대한 지분율을 낮게 가져갈 공산이 크다. 경영진 교체 등을 비롯한 경영상 주요 결정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단일 최대주주 수준의 지분율이면 충분하다.
이때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질 수 있고 감자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으므로 기존 주주들은 '주주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국유화 논란의 대상인 은행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주주들의 보유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국유화 이후엔 최소한 해당 은행이 망할 걱정은 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금융불안의 '망령'을 잠재우는데는 다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유화에 찬성하는 쪽에서도 정부가 감원, 사업부문 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수익성을 회복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민간에 다시 매각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과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부실업체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가 구조조정후 주가가 오르면 다시 지분을 매각하고 손을 떼려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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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2/25 04:30 송고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지금의 금융위기를 끝내는 것은 대공황보다 어려울 것이고 은행들은 국유화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보다 복잡해진 금융시스템이 현재의 문제를 만들었고 대공황과 비교해 지금의 위기는 매우 달라 훨씬 더 극적인 조치들을 필요로 한다."
세계 경제와 증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음을 예견했던 저서 '검은 백조'(Black Swan)로 유명한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는 23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과 은행의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면서 은행의 국유화가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미국에서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은행 상태로 볼 때 앞으로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부실을 은행들이 감당할 수 없는데다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이미 몰락한 상태나 다름없는 은행들이 경제가 필요로 하는 대출 등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국유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장기적인 국유화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단기간 국유화해서 은행을 건전하게 만든 뒤 다시 민간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이 정부의 보통주 지분을 최대 40%까지 확보하는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진 국유화 논란은 보험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AIG)도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금융회사의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전부터 은행 국유화의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현재의 은행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단기적인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미국 금융회사들의 대출 손실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 규모 추정치를 2조 달러에서 3조6천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고 평가하고 "지난 90년대의 일본, 혹은 지난 30년대의 미국처럼 되지 않으려면 부실은행을 국유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CNBC에 출연해서도 외과적이고 급진적인 조치가 시장의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국유화가 오히려 시장친화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3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은행들이 몰락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정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필요로 하는 신용공여 등의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재의 은행 상태를 죽어서도 살아 돌아다니는 '좀비 은행'이라고 평가하고 국유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행이 좀비처럼 된 것을 끝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조달이 필요한데 민간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제 기능을 못하는 좀비 은행들이 존속하는 한 경제위기를 끝내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이에 따라 정부가 실시키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엄정하게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의 경우는 인수를 해야 한다면서 다만 장기적인 국유화가 목표가 아니므로 단기간 국유화한 뒤 민간부분에 최대한 빨리 경영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유화 필요성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그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속하고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일부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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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2/25 04:30 송고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깊은 병에 걸려 있는 미국 주요 은행들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가 직접적이고 강력한 장악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은행 국유화 논의에 대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국유화 실패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가을 이 은행을 도산시키지 않기 위해 영국 정부가 일부 주식을 매입하는 선에서 시작된 R.B.S 은행 구제책은 은행 주가가 갈수록 하락하면서 정부의 장악력이 점점 강해지게 됐고, 현재 68%의 주식을 정부가 보유하면서 은행의 대출이나 전략적 결정은 물론 인사이동까지 정부가 장악하는 형태의 국유화로 진행됐다.
하워드 데이비스 런던 비즈니스 스쿨 학장은 "국유화가 지닌 확실성의 속임수는 모든 사람을 24시간 동안만 즐겁게 해 줄 뿐"이라면서 "그러나 그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느냐. 출구 전략은 무엇이냐의 문제가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 R.B.S는 영국 기업사상 최대규모인 280억 파운드의 손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실 자산 규모는 2천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때 전세계적 은행의 명성은 이름만 남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을 지낸 윌리엄 이삭은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에 자신이 재직할 당시 컨티넨탈 일리노이 뱅크의 국유화 사례를 전하면서, "현재 논의중인 무책임한 은행 국유화 정책이 시장에 혼선만 가중 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984년 컨티넨탈 은행을 국유화한 뒤 7년 후에 이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리면서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주주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으며 FDIC는 16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시티 그룹이나 BOA의 국유화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훨씬 더 큰 파장을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삭은 "지금 두 주요 은행에 대한 국유화 논의는 단지 한두 개 은행의 국유화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아무리 연방당국이 아니라고 해도 투자자나 시장의 투기세력은 다른 은행들의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서 계속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며, 이를 연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국유화가 되면 은행이 위축될 수 밖에 없고, 국유화 이후 이를 어떻게 매각할지 등에 대한 `출구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이 전략을 수립할 여건도 아닐 뿐 아니라 이를 매입하겠다는 주체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유화를 하고 경영진을 교체한 이후 이를 운영할 적임자를 찾기 힘든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금융컨설팅 회사인 세큐라그룹의 회장으로 재직중인 그는 "일부에서는 스웨덴의 은행 국유화 성공사례를 거론하고 있지만, 스웨덴의 인구나 경제 규모는 오하이오주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거대 은행을 스웨덴 모델로 환원시키는 것은 무리"라면서 "그나마 스웨덴이 국유화한 것은 고타 뱅크 뿐이었고 국유화 시점도 은행이 완전히 망한 다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는 어떤 주요 은행에 대한 국유화가 논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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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2/25 04: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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