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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낚시꾼들은 공문 제출하고 왔나?"(오마이뉴스)

말글 2009. 3. 4. 10:05

"저 낚시꾼들은 공문 제출하고 왔나?"(오마이뉴스)
[현장] 경인운하 예정지 도보 순례단, 곳곳에서 막혀

09.03.03 14:13 ㅣ최종 업데이트 09.03.03 14:13          이경태 (sneercool

 

   
굴포천 방수로 공사 관계자들이 2일 오후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경인운하 반대 도보순례를 막고 있다.
ⓒ 이경태
경인운하

   
굴포천 방수로 공사 관계자들이 2일 오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경인운하 반대 도보순례를 막고 있다
ⓒ 이경태
경인운하

 

"길을 가로막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근거를 대세요."

"안전문제도 있고 해서 그럽니다. 정식적으로 공문 제출하고 오시라는 겁니다."

"그러면 저기 낚시꾼들은 공문 제출하고 온 건가요?"

"…낚시꾼들도 지금 출입 통제시킬 겁니다."

 

2일 오전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귤현교 인근, 공사관계자들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을 막아섰다. 종교인들은 가로막는 공사관계자들을 넘어 앞으로 나갔지만 300m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경인운하 반대 도보순례를 시작한 지 30분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 순례는 이처럼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공사구간마다 관계자들이 순례단보다 앞서 길목을 막고 있었다. 그들을 피해 올라선 도로에는 흙과 돌덩이를 실은 덤프트럭이 사납게 달렸다.

 

작년 103일 동안 한반도 대운하 건설 예정지를 꿋꿋이 걸었던 순례단이었지만 결국 이날은 경인운하 건설 예정지 18km 전 구간을 걷지 못했다. 단지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시작되는 귤현보 지역과 목상동 대절토 구간 일부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경인운하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유람선 다닌다는데 도대체 뭘 보라는 건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2일 경인운하 건설 예정지를 도보 순례하고 있다.
ⓒ 이경태
경인운하

순례단은 특히 목상동에서 검암역까지 이어진 경인운하 대절토 구간에서 탄식을 토해냈다.

 

굴포천 방수로 공사 구간인 이곳에선 사실상 배가 오갈 수 있도록 하상과 폭을 확보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대형 포클레인이 돌을 파냈고 덤프트럭은 부지런히 오가며 파헤쳐진 흙을 실어 날랐다. 접근은 더더욱 힘들었다. 앞서 귤현교 인근에서처럼 공사 관계자들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출입을 통제했다.

 

곧장 비판이 쏟아졌다. 천주교 수원교구의 최재철 신부는 "이렇게 땅을 뚫어놨는데 (주민들은) 왜 땅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사가 완료돼도) 접근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곳에 유람선이 다닌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보겠느냐"며 "아무래도 유람선에 관광객의 눈길을 끌 '쇼팀'이라도 태워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인천 제물포성당의 황상근 신부 역시 "공사 현장을 보면 인력은 없고 대형 공사기계만 있는데 정부가 말한 몇 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진짜로 있는 거냐"며 "차라리 돈을 건설회사에 주는 게 낫지 않겠나"고 비판했다.

 

말을 극히 아끼던 도법스님(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은 "올 때마다 참담하다"며 "합리적인 생각은 없고 자신의 욕심만 차리는 모습이 보인다"고 탄식했다.

 

인천교구 환경사목을 맡고 있는 박병석 신부도 "일반 시민들이 내는 목소리를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결국 종교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물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게 올바른 자세인지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오는 4일에는 인천교구 사제들을 대상으로 경인운하와 관련해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고 말했다.

 

"인간의 오만과 자신감 극에 달해... 종교인들이 다시 나설 것"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2일 오후 목상동 임시가교 위에서 현재 진행 중인 굴포천 방수로 공사현장을 보고 있다.
ⓒ 이경태
경인운하

검암역 인근까지 와서야 순례단은 걸음을 멈추었다. 검암역 너머로 인천터미널 부지가 들어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보였다.

 

이날 순례 안내를 맡은 권창식 인천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은 "원래 저 쓰레기 매립지의 예상 수명이 오는 2047년 정도까지였는데, 인천터미널 부지로 일부 매립지를 내놓으면서 수명이 10년은 단축됐다"며 "쓰레기 매립지 수명 및 대체부지 마련 비용도 경인운하 편익분석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 사무국장은 이어 "오늘 현장을 본 여러분들이 '이미 공사가 끝나버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굴포천 방수로 공사로 배정된 5300억 원과 경인운하 건설 시 배정될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결코 정부의 주장대로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식의 사업이 아니다. 지금 멈추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순례를 마친 종교인들은 그의 호소에 화답하며 행동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인 양재성 목사는 "경인운하를 직접 보니 인간의 오만과 자신감이 극에 달해 자연의 큰 질서를 너무 깔보는 것이 아닐까 염려된다"며 "작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겠다던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 '경인운하'로 포장해 다시 진행하는데 종교인들이 앞으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