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한나라당이 4.29 재.보선 여론조사를 놓고 거북이 걸음이다.
통상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는 해당 지역 판세를 점치는 풍향계로서, 후보 선정을 앞두고 일상적으로 돌려보는 게 관행이었다.
당의 공식 여론조사기관인 여의도연구소(여연)의 경우 역대 선거때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 이후에는 거의 매일 해당지역을 돌아가며 조사를 실시, 여론 추이를 관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는 지난달말 공심위가 구성된 이후 여연의 공식적인 여론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금주들어 참고 차원에서 일부 지역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조사결과는 안경률 사무총장에게만 직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연 소장인 김성조 의원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심위 구성 이후 일부 조사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공천신청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공심위 차원의 여론조사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재.보선 여론조사에 이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일단 공천을 여론조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실시간으로 외부에 노출되며 불필요한 잡음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5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가운데 인천 부평을과 울산 북구의 경우 박희태 대표와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공천이 거론되다 갑자기 경제전문가 전략공천 검토로 방향을 선회한 만큼 조사할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전략공천을 앞두고는 오히려 여론 동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당 안팎에선 오히려 친이 정종복 전 의원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 정수성 전 예비역 대장간 대결이 점쳐지는 `핵심뇌관' 경주지역 때문에 여론조사를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두 친이.친박 예비후보를 놓고서 `○○○가 △△△를 크게 앞선다', `△△△가 ○○○를 따라잡았다. 오히려 추월했다' 등 각종 사설 여론조사 소문은 난무했지만, 자칫 당 공식 기관에서 나온 조사가 당 후보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왔다가는 잠재된 계파 갈등에 불을 지피는 꼴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당직자는 "경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부담스러워 조사를 늦추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당직자는 "결과가 외부에 유출될 경우 계파갈등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접전 지역일수록 수시로 여론조사를 해서 전략을 세워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당이 여론조사를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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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3/19 14:4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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