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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아침, 한 아기 엄마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미국에서 아기를 낳아 키웠는데, 미국에는 팩트 파우더 제품이 없어서 친정엄마에게 특별히 부탁해 한국 제품을 무려 3년이나 사용했단다. 배울 만큼 배웠고,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아기한테 발암 물질이 들어간 파우더를 사용한 무지한 엄마가 되었다며 밤새 화가 나서 한잠도 못 잤다고 했다.
제품을 만든 회사에 전화했더니 고객이 사용한 제품은 이번에 식약청에서 조사한 제품과는 다른 원료로 만들어진 것이고, 함유량 또한 미미해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거라며 무조건 안심하라 했단다.
"가지고 있는 제품을 검사해 나오면 어쩔 거냐"며 따져 물었더니 '원하는 게 뭐냐'는 식으로 대꾸하더란다. 너무 황당해서 식약청에 전화했더니 바쁘다며 책임 있는 답변 한마디 듣지 못했단다. 해당 제품을 검사해 볼 수 있냐고,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거냐고 환경연합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전화로도 전국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아기에게 좋으라고 바른 파우더에 발암물질이라니! 광우병 우려 쇠고기, 조류독감, 멜라민 과자….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지하철 공사 현장이나 재건축 현장에서 나오는 줄만 알았던 일급 발암물질이 아기들이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에서 나온 것이다. 정말 분가루 때문에 분통 터지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다 대비했다는데, 식약청은 뭐했나
이번에 문제가 된 물질은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로 사용되는 '탈크(Talc)'다. 탈크는 도자기 원료, 페인트 충전재, 고급 지류 제작 등 다양한 곳에 원료로 사용되며, 심지어 다이어트 식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된다. 활석이라고 부르는 탈크는 광물질로, 주로 사문석과 함께 존재하는데 이 사문석에 석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원료로 채취·가공하는 과정에서 석면을 제대로 정제하지 못하면 부산물로 함유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987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며, 석면형 섬유질이 함유된 탈크도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특히 여성은 회음부에 사용할 경우 난소암의 발생을 두 배 높일 수 있다며 경고와 함께.
때문에 이미 국제사회에서 탈크와 여기 포함된 석면은 한물 지나간 사안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987년,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0.1% 이하로 함유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유럽은 2005년 문제가 불거져 검출되면 안 된다는 기준을 마련했고, 미국도 이듬해 같은 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사정이 이러했는데도, 우리나라는 2009년 1월 1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제품은 제조, 수입, 사용이 금지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탈크에 대해서는 '미처' 짚고 넘어가지 못했단다. "탈크에 석면이 함유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이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식약청이나, "식약청에 관리기준이 없었고, 우리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제조했을 뿐"이라는 제조업체의 이야기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언론사 제보 이후 이틀 만에 30개 제품의 조사를 끝낸 식약청의 실력이었다면, 조사해서 관리 기준을 진작 마련했으면 될 일이었고, 다른 나라 회사들이 이미 관리를 통해 석면이 함유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안, 정부만 탓하고 있는 기업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직무 유기에 안전 불감증이다.
석면 잠복기는 10년~40년... 불치병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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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에 베이비파우더에서 검출된 석면은 독성이 강한 각섬석계통의 트레몰라이트(tremolite)다. 일부 제품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의 농도 관리기준인 0.1% 이하의 무려 50배가 넘는 5% 정도를 함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 참조)
이렇게 강력한 석면이 고농도로 들어간 베이비파우더 제품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베이비파우더는 분말 형태의 제품으로 이를 사용할 때 호흡을 통해 흡입될 가능성이 있고 공기 중에 잔류할 수 있기 때문에 미량이지만 지속적인 노출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토피 등 상처 난 피부에 바를 경우 상처를 통해 피부 진피층에 침투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눈의 경우에도 점막을 자극해 각막염, 결막염 등의 안질환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석면 노출에 의한 폐암이나 악성 중피종 등은 잠복기가 10년~4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영유아기에 석면에 노출되면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나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할 청년기에 치명적인 암과 불치의 석면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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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금 당장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 제품뿐 아니라 조사한다고 밝힌 성인용 화장품을 포함해, 탈크를 원료로 사용해 석면함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결과는 종류와 그 농도를 명확히 해서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 이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국민에 대한 피해 보상과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우리는 지난 많은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기업이건 정부건 문제가 되었을 때는 무엇이라도 다 해서 해결할 것처럼 나서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잠잠해지면,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번만큼은 우리 시민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단지 지금의 분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연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 해당 기업은 어떻게 피해를 보상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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