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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00만달러 ‘투자 위장’ 노무현쪽에 건네졌을 의혹 커져

말글 2009. 4. 9. 10:32
[단독] 500만달러 ‘투자 위장’ 노무현쪽에 건네졌을 의혹 커져
노건호·연철호씨-박연차 회동 의혹 증폭
APC→서류회사 계좌→국내유입 ‘돈흐름’ 추적
건호씨 “베트남서 만나…투자 애기는 없었다”

» 정적의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거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다음날인 8일 낮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던 승용차가 대문을 나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운전한 차 안에 탄 사람을 ‘지인’이라고만 밝혔다. 김해/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500만달러를 송금하기 직전 연씨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와 함께 베트남에서 박 회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돈이 투자자금을 가장해 노 전 대통령 쪽에 건너간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노건호씨는 지난달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어떤 돈도 받지 않았으며, 유학과 관련해 송금 받은 것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하던 노씨가 2007년 말께 국내로 들어와 연씨와 함께 박 회장을 만났다는 것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노씨는 박 회장을 만난 뒤 지난해 2월 치러진 아버지의 퇴임식도 보지 않은 채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씨는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인 ㅌ투자사 계좌로 500만달러를 받았다. 이 500만달러는 박 회장이 계열사간 ‘삼각 거래’를 위장해 벌어들인 돈의 일부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이 최근 내놓은 역외탈세자 관련 자료는, 500만달러의 일부가 국내로 유입됐거나 국외에서 차명 관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세청 조사국 국제조사과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벌인 역외탈세자 기획조사에서, 조세 피난처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외에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탈세를 한 45명을 적발했다. 국내 법인이 국외 현지법인과 거래를 하며 조세 피난처에 세운 서류상 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사주와 관련된 사람의 국외 계좌로 관리하거나, 국외 비자금을 조세 피난처 등에 은닉하고 이를 외국인 투자 명목으로 국내에 송금하는 등의 수법이 주로 적발됐다.

 

국세청의 기획조사 기간은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과 겹친다. 문제의 500만달러가 움직인 경로에 등장하는 회사들도 국내법인(태광실업), 현지법인(홍콩 에이피시), 조세 피난처(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ㅌ투자사) 등 외형적 ‘뼈대’가 같다. 국세청 관계자는 ‘적발 유형에 박 회장 사건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지만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역시 에이피시 계좌의 자금이 사업 이익금이나 국외 재투자 등의 ‘합법적 형식’으로 국내나 베트남·미국 등지의 태광실업 계열사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에이피시는 박 회장 회사인 만큼 그쪽 돈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며 “국내 유입이나 국외 재투자 여부보다 그 돈들이 실제 어디에 사용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기사등록 : 2009-04-09 오전 07:57:09 기사수정 : 2009-04-09 오전 09:5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