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한나라당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에 대한 지적으로 인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당 내부에서도 의원들의 우려와 함께 4대강 사업의 예산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도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제지하면서 입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예산 편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주 열린 당정협의에서 공론화됐다.
내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지난 7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만나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러 의원들이 '4대강' 예산으로 인한 SOC 예산 축소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4대강 예산으로 인해 다른 SOC 예산이 줄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년 SOC 예산의 경우 올해보다는 규모를 줄여 평년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당정협의에서 나온 답변이다. 더욱이 예산을 4대강 사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재무부와 대우경제연구소장 등을 거쳤고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정책위의장, 18대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지낸 한나라당 내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예산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10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4대강 사업과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등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재정을 고려해 예산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심각한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만큼 4대강 사업 등의 예산은 효율성과 생산성 등을 고려해 다시 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어 11일에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늘리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3∼4조원과 세수가 감세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을 어떻게 커버할 수 있나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예산사업은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특히 지금 중기 재정사정이 굉장히 나쁘기 때문에 이것을 서둘러서 무리하게 재원을 배분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이) 과거보다 금액이 팍팍 늘어났는데 충분한 설명이 안 돼있다"며 "일단 사대강 사업이 합리적인지, 내용이 그렇게 긴급한 것인지, 또 소요액이 드는 것인지 등 내용면에서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것은 먼저하고 어떤 것은 나중에 할 것인지 따로따로 검토해야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에 예산을 무리하게 투입한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자 급기야 한나라당에서는 의원들에게 공개석상에서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지 말도록 경고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섰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예산 편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당 내에서도 극히 소수이지만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며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든지 사업내용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개석상에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문과 관련해 김 정책위의장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상징적 사업"이라며 "이 사업의 성공 여부가 정권 재창출에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지난주 당정협의를 통해 우려의 목소리는 충분히 전달됐고 아직 정부에서 예산 편성 작업이 진행중이므로 4대강 사업의 큰 그림이 잘 완성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자"며 "만약 문제점이 발견되면 정책위원회는 당정회의를 통해 이를 시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김 정책위의장의 언급에 대해 이한구 의원은 전반적인 재정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문제점이 남아있는 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이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것(지적)도 안 할 것 같으면 국회는 무엇하러 하겠느냐"며 "국감도 앞두고 있는 만큼 나중에 잘못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또 "나라도 안 좋지만 한나라당으로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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