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교부세 동반 감소 `악재'..긴축 기조
신설 지방소비세에 기대감
(수원.대구.광주=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내년 살림 규모를 짜기에 바쁜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이 요즘 머리를 싸매고 있다. 내년도 재정 운용 전망이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내년에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세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내국세 징수 총액과 연동되는 지방교부세도 많이 줄어드는 등 `실탄' 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다수 광역단체는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한편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내년부터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소비세를 신설하기로 함에 따라 넉넉하지 않은 지방 재정에 일부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의 `감세 정책'과 `4대 강 사업' 추진에 따른 지방재정의 심각한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자체별로 예상이 엇갈렸다.
◇인천.대전.대구 빼고는 재정 악화 우려 = 경기도는 내년 자체 사업에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이 올해(1조450억원)의 60% 수준인 3천500억~4천억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재원의 근간인 지방세 수입과 정부의 지방교부세가 주는 반면, 지방채 원리금 상환액 등 지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특히 걱정하는 건 지난해에는 취.등록세율이 낮아진 대신 정부가 부동산교부세를 지원했지만 올해는 그나마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도 예산의 42%를 차지한 취.등록세 세율을 낮춘 대신 부동산교부세 2천139억원을 지원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자 지방 세수의 핵심인 취.등록세 수입이 늘어나리라고 기대했지만 그나마도 주택자금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다시 감소한 탓에 도세 수입이 줄고 있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결국 경기도의 내년 지방세 수입은 올해 예산 6조2천580억원보다 5.7% 감소한 5조9천여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 지방채 원리금 상환액은 올해 2천800억원에서 내년 5천4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 경기도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비수도권 지역의 재정 압박은 두말할 것도 없다.
충북도와 경남도는 국고보조금이 느는 것조차 걱정이다. 지방 사업 대부분은 국비 일부와 지방비 일부를 합해 추진하기 마련. 이 때문에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사업 목적이 지정되는 국고보조금이 늘게 되면 도비와 시.군비도 덩달아 늘기 마련이다. 이런 부담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게 일부 광역자치단체의 현실인 셈이다.
충북도 손자용 예산팀장은 "내년에 국고보조금이 1천400억원이 늘면 오히려 도의 가용 재원은 줄게 된다"면서 "이는 (도 자체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많이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도 올해 4천900억원 가량인 가용 재원이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올해와 비교해 재정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 지역은 인천과 대구, 대전 등에 불과했다. 전북과 경북은 어렵지만 올해 수준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 강원, 전남, 제주, 울산 등 나머지 시.도 대부분은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반응이었다.
◇지방채 발행.긴축 재정으로 버틴다 = 지자체는 거의 예외 없이 내년도 재정운영 기조를 `긴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내년 지방교부세가 855억원, 세외수입이 232억원 각각 감소하고,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까지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천400억원대의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정을 보충할 계획이다.
올해 국비를 역대 최대 규모로 확보했다고 '자부'하는 강원도도 내년에 1천여억원 정도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방침이다.
강원도 전용수 예산담당관은 "국비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내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줄지는 않겠지만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세(취득.등록세)가 감소하고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운영이 여전히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축재정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윤상복 예산담당관도 "내년 예산은 건전 재정에 초점을 맞춰 편성하고 집행할 계획"이라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와 경기, 충북, 울산, 경남 등 다른 지자체들은 아직 구체적인 지방채 발행 계획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과 지방세 수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 지방소비세 '약발' 기대 = 지자체들의 희망은 신설되는 지방소비세다.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인천시 성정원 세정과장은 "지방소비세 신설로 연간 700억~750억원의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김현기 기획조정실장도 "내년 지방교부세가 도 본청과 시.군을 합쳐서 3천4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방소비세 규모가 교부세 감액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내년 재정은 올해 수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내년 재정 악화를 우려하고는 있지만 신설되는 지방소비세 덕에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4대 강 사업의 영향에 대해선 지자체마다 사정이 달랐다.
광주시 기원건 예산담당관은 "4대 강 사업으로 내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든 것 같다"며 "광주의 경우만 보면 내년도 요구한 북부순환도로(20억원)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고, 호남 산단 외곽도로(100억원) 예산은 50억원밖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충남도 이두훈 예산담당관은 "정부가 내년에 충남도에 배정하기로 한 국고보조금이 1조9천773억원으로 올해의 1조6천882억원에 비해 오히려 17.1%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4대강 사업 등으로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시 이갑준 기획재정관도 "4대 강 사업인 낙동강 하구 정비사업과 관련해 시 자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삼락 수로 정비 등에 4천억원이 배정돼 낙동강 관련 SOC 사업 추진이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tjda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0/15 05: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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