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안씨 친구 “국세청 4국서 설득 부탁…그 자료 터지면 전면전”(한겨레)

말글 2009. 11. 26. 08:47
안씨 친구 “국세청 4국서 설득 부탁…그 자료 터지면 전면전”(한겨레)
안원구 전 국장 녹음자료엔 무슨 내용이
건설사 회장 “그림 조사, 안국장 사표가 목적이라고 해”
국세청 차장 “서울청 조사국도 문제 해결하려 움직여”


그는 ‘판도라의 상자’를 갖고 있을까.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기업에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입에서 연일 핵폭탄급 발언이 터지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 세무조사를 이끈 당사자인데도 슬그머니 미국으로 도피해 입을 닫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현 정권 실세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그는 왜 7기가바이트(GB)짜리 녹취록과 문건들을 만든 것일까. 여기엔 무슨 내용이 담긴 것일까. 녹취록 내용이나 사실 여부가 다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 고위 간부가 동료 등과 직접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인데다 사안 자체가 중요하기에 <한겨레>는 이를 가급적 충실하게 보도할 방침이다. 그동안 안 국장으로부터 민주당과 언론에 흘러나간 자료는 녹취록 및 음성파일, 본인이 직접 작성한 문건 등으로 나뉜다.
 

민주당이 안원구 국세청 국장으로부터 건네받았다며 25일 공개한 녹음 자료에는 국세청이 조직적으로 안 국장을 사퇴시키려고 압력을 가한 여러 정황이 들어 있다.

지난 6월26일 녹음 자료에서는 ㅊ건설 ㅂ회장이 “국세청 감찰의 박씨 성을 가진 조사관 2명이 찾아와 ‘안 국장의 사의를 표명받는 것이 목적이니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그림을 사라는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를 밝히라’는 취지의 조사를 해 갔다”고 말하고 있다. 또 9월29일 자료에서는 안 국장과 친분이 있는 사업가인 ㄱ회장이 안 국장의 형을 만나 “국세청이 1년간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있어 죽겠다. 검찰로 넘어가 기소될 것 같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국장의 형은 “검찰에 불려가도 사실만 이야기하라”며 “우리도 터뜨릴 게 있다, 혼자 죽진 않는다”고 했다.

안 국장의 사퇴가 국세청 윗선에서 결정된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임성균 국세청 감사관은 7월21일 녹음 자료에서 안 국장에게 “만약에 명퇴를 하면 외부기관에 시이오(최고경영자) 자리를 드리고, 그렇게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으냐 그런 의견이 있다”며 사퇴를 권유하고 있다. 임 감사관은 이어 “(이런 결정은)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그렇고 저희가 듣기로는 최고위층에서 그거에 대해서 상당히 다 인지하시고 …”라고 덧붙였다.

 


안 국장에 대한 사퇴 압력의 배경을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9월10일 녹음에서 안 국장의 사업가 친구는 “국세청 4국에서 ‘설득해 달라’며 연락이 왔다”며 ‘국세청과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설득한다. 이 친구는 안 국장에게 “<월간조선>에다 그걸 줬나”며 “그게 터져버리면 (국세청이) 너하고 전면전이라 이거지”라고 말한다. 또 이 친구는 “그거(보도)는 니가 막아야 해”라고 주문한다. 이에 안 국장은 “내가 주긴 뭘 줘. 그 사람들이 취재를 했지”라며 “그걸 내가 어떻게 막냐”고 맞받는다.

 

안 국장은 6월18일 밤에는 허병익 국세청 차장에 전화해 “나에게 사표를 강요하는 이유가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한다. 그러나 허 차장은 “내가 안 국장한테 꼭 대답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니잖냐, 안동범 과장에게 들어라”며 구체적인 얘기를 회피한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