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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장관의 직설적 '言(말)', 또 한번 회오리~(뉴시스)

말글 2009. 12. 15. 10:00

최경환 장관의 직설적 '言(말)', 또 한번 회오리~(뉴시스)
기사등록 일시 : [2009-12-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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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히포크라테스 정신 폄하 논란으로 의료계 반발을 사며 다시 한번 거침없는 '입'이 도마에 올랐다.

앞서 최 장관은 '정부 인턴제도 무용론(10월)', '총리의 박근혜 길들이기(11월)'에 이어 취임 100일도 안 돼 벌써 세 번째다. 지난 9월말 취임한 뒤 한 달에 한번 꼴로 말폭탄(?)을 터트린 셈이다.

최 장관은 지난 지경부 국감을 앞두고 '정부가 인턴 몇 개 만든다고 청년실업이 해결되나'라는 발언으로 여당의원에게 까지 회초리를 맞았으며,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정운찬 총리의 박근혜 전 대표 설득작업을 길들이기로 비유해 총리실에 사과까지 하는 곤혹을 겪은바 있다.

또 임투세 유예 논란으로 기획재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온실가스감축으로 환경부 등 일부 정부기관과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으로 정부 정책방향에 거슬리는 발언까지 더하면 최 장관은 취임 후 쉴 새 없이 민감한 이슈에 '돌'을 던진 셈이다.

이번 논란은 최경환 장관이 지난 11일 코리아미래재단이 주최한 월례특강 말미에 히포크라테스를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같은 여당의원인 정의화 최고위원까지 14일 공식사과를 요청할 만큼 파장이 좀처럼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당시 최 장관은 현재 제조업만으로는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장관은 "사회적으로 규제완화에 한발 짝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 시장개방을 통한 서비스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에서 나온 노골적인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이러한 불쾌감은 곧이어 직설적인 비판으로 이어졌다. 발언이 밑바탕에는 시장진입 규제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못한다는 경제부처 장관의 논리가 작용했다.

그는 국내 서비스업 진입장벽의 규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외국인 영리의료법인을 꺼냈다.

"현재 서비스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왜냐하면 결국 규제완화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 영리의료법인, 한국에 와서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근데 돈을 못 벌게 하면 누가 오겠는가…"

사실 최 장관은 애초부터 '요즘 세상에 누가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갖고 의료사업을 하느냐'고 못 박는 대신 발언 수위를 의식한 듯 한 가지 전제를 달았다.

"모르겠다.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외국인 영리의료법인, 한국에 와서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근데 돈을 못 벌게 하면 누가 오겠나…"

그는 병원에 이어 학교도 예로 들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자선사업 하러 (누가)외국에 학교를 짓겠나. 교육사업으로 돈을 버는 나라들은 다 잘 살고 있다"며 시장개방을 재차 역설했다.

히포크라테스 정신 폄하발언만 놓고 보면 논란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최 장관의 발언에 강연 참석자들 반응은 별다른 동요나 술렁이는 모습은 없었다. 당시 정황이나 말의 앞뒤를 곱씹어 보면 외국인 투자와 시장규제완화를 강조하는 연장선상에서 나온 다소 '센' 발언으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최 장관의 세련되지 못한, 정제되지 않은 직설적인 화법이 논란을 낳은 셈이다. 이러한 세련되지 않은 화법은 지난 10월말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들에게 취임 한 달 소감을 "한 달 동안 똥·오줌 못 가리고 다녔더니…"라는 특유의 비유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동안 지경부는 최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스타 장관' 배출을 목표로 외국계 홍보전문업체로부터 이미지컨설팅 일환으로 MI(Minister Identity)를 강화하는 등 부쩍 공을 들여왔다. 실제로 공들인 만큼 최 장관의 언론 노출도 잦았다. 최 장관이 강조한 '부처 위상 되찾기'를 실감한 듯 지경부 직원들은 장관 이름이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자 내심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최 장관의 매끄럽지 못한 화법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어 스타장관을 만드는데에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지경부는 정의화 최고위원의 공식사과 요청을 포함한 논란에 대해 "좀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공식적인 대응이나 해명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논란과 관련된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으로 지경부 관계자는 전해졌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