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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정치 엔진 못 달면 '안(案)'으로 끝난다(조선)

말글 2010. 1. 12. 09:08

세종시 수정안, 정치 엔진 못 달면 '안(案)'으로 끝난다(조선)

 

입력 : 2010.01.11 22:16

 

정부는 11일 세종시에 9부2처2청의 정부 부처가 옮겨가도록 돼 있는 원안을 백지화하고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짓겠다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새 안(案)은 세종시는 삼성 한화 롯데 웅진 SSF 등 국내외 5개 기업이 4조50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과 연구단지 등을 조성하고, 고려대와 KAIST의 일부 또는 전체가 옮겨오고 중이온가속기를 새로 설치해 교육과 과학에 중심을 둔 도시로 건설, 일자리 25만개가 새로 생겨나는 인구 50만명의 자족(自足)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지보상과 부지조성 비용을 뺀 순수한 세종시 건설 사업 예산을 당초 8조5000억원에서 16조5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렸고, 자립형 사립고를 비롯한 각급 우수 학교 유치계획도 밝혔다.

세종시 문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행정 수도를 충청도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굴러가기 시작,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2005년 3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에 따라 정부 부처의 절반을 세종시로 이전시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새로 수정안을 발표함에 따라 세종시 문제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치권과 충청도민 그리고 국민에게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문제로 제시된 것이다.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나누는 2005년 법안대로 하는 방안과 정부 부처 이전을 취소하고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는 방안 중 고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향해 던진 세종시 문제에 온 나라와 정치권이 8년째 매달려 있는 상황을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수정안은 지역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발전과 지역성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 현안과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에 아무리 획기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도 충청도민과 국민, 정치권이 이 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당장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 친박 진영까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길이 막혀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병풍 속 새' 처지에서 벗어나 크게 울고 높이 날아 나라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반대 역풍(逆風)을 뚫고 나갈 정치 엔진을 달아야 한다. 닫힌 성문(城門)을 열려면 안과 밖이 호응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권 주류는 성(城) 안에서 농성 중인 박근혜 전 대표를 먼저 껴안은 후에야 성(城) 밖의 반대 세력인 야당을 상대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자중지란(自中之亂)도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성문이 저절로 열리겠는가. 세종시 수정안을 던져놓기만 하고, 수정안이 현실 속에서 싹을 틔울 여건 조성을 소홀히 한다면 지금까지 해 온 작업까지 "나는 할 만큼 다 했다"는 정치적 쇼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친이 주류 인사들이 일제히 박 전 대표측을 향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붓는 것은 전투에서 이기려다 전쟁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짓이다. 박 전 대표도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기로(岐路)라는 자세로 재삼(再三) 숙고할 필요가 있다. 야당 역시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공사를 끝낸 후에도 세종시가 스스로 숨 쉴 수 없는 불 꺼진 '식물도시'가 될 경우 그것은 야당의 무능(無能)·무모(無謀)를 증거하는 기념비가 될지 모른다는 데도 생각이 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