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이 대통령 "우리끼리 싸울 시간·여력 없다"(조선)

말글 2010. 2. 10. 06:59

이 대통령 "우리끼리 싸울 시간·여력 없다"(조선)

입력 : 2010.02.09 11:35 / 수정 : 2010.02.09 19:15

‘강도론’ 언급..여권내 갈등 우회 지적
수정안 발표후 첫 충청 방문..지역 특화발전 약속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세종시 논란과 관련,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계산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솔직히 말하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라고도 했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충북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북도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시 논란의 진앙지인 충청북도를 직접 찾았다. 충북도청에서 정우택 충북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전, 이 대통령은 모두(冒頭) 발언에서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와 서로 살아남으려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기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며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집안 강도론’은 세계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강도’를 맞고서도,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 등과의 대립 등 여권내 갈등이 여전한 것을 비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너무 고정관념에 고착되면 미래를 향해 갈 수 없다. 유연한 사고를 갖고 사물을 대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수정안의 당위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지역 발전 방안에 대해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하면 그 지역이 발전되지 않는다”며 “충북은 과거의 충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저는 솔직히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고 지원하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북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치고 서로 의견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충북 방문은, 설 연휴를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직접 뛰어들어 지역발전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강조함으로써 세종시 수정에 대한 지지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최근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이날 충청 방문을 계기로 여론설득에 직접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이후 지역언론사 사장단과 비공개 오찬간담회를 갖고 지역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