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대표회장 직무정지로 한기총 회장 직무대행 맡은 김용호 변호사
"많은 사람들 목소리 듣고 사태 장기화 안되게 할 것”
꽃다발 물리치고 예배로 시작
법원이 지난 2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직무대행으로 지명한 법무법인 로고스의 김용호(53) 경영전담대표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기총 사무실에 첫 출근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대표회장 자리에 있던 길자연 목사의 명패를 치우게 했고, 상근자들이 준비한 꽃다발은 물리쳤다. 대신 이들과 탁자에 둘러앉아 인사를 나눴고 약식예배를 가졌다. 보수적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기총은 69개 교단과 19개 단체가 가입한 개신교계 최대 연합단체이며 '돈 선거' 논란 속에 전·현 대표회장측 사이의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 김용호 변호사
"결정문을 받은 뒤 어제 처음 재판부를 면담했다. 존경하는 목사님들이 세상 법정에 서게 되고, 평신도인 제가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유례없고,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다.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일상적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상근 스태프와 함께 업무 진행 과정과 당면 현안, 조직, 기관에 대해 브리핑받고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겠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놓고 여러 설이 나오고 있다.
"한기총은 교회 연합기관이다. 특정 그룹을 지목해 어디와 어디가 갈등을 일으켰다는 식으로 분열을 부추기는 듯한 움직임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한기총은 본래 저 같은 평신도들의 것이다. 몇몇 대표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어떤 원칙으로 임하나.
"첫 번째는 법률, 두 번째는 상식이다. 세 번째로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면 안 된다. 나는 25년 이상 재판만 했고, 지난 5년 변호사 하면서 현재는 로펌의 CEO다. 경영을 통해 인간 관리의 훈련을 받았다.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직무대행 업무를 진행할 것인가.
"가처분 신청인측, 피신청인측, 다른 한기총 회원·구성원 등 많은 분들의 의견을 똑같은 시간과 노력 들여 골고루 듣겠다. 우선은 본안 소송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신청인측 입장을 쭉 듣겠다. 피신청인들에게도 똑같은 비중으로 분쟁의 원인과 해결책을 소명할 기회 줄 것이다. 한기총 해체운동 같은 제3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
―사태 장기화 우려가 큰데.
"형식적 절차적 처리로 분쟁이 확대되지 않고 해결된다면 신속하게 진행시키겠지만, 그런 식의 접근으로 오히려 분쟁이 커지고 심화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직무대행 임무는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지만, 장기화되면 어려워진다. 원만하면서도 신속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
―부활절 연합예배 등 현안은.
"교회의 예배는 신자가 드리는 것이다. 연합예배의 필요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절차를 잘 융화시키고 차질 없도록 하겠다."
―성경책과 법원 결정문 딱 두 가지만 들고 오셨는데.
"많은 사람들 목소리 듣고, 딱 그 두 가지만 보겠다. 그간 한기총의 행로를 재점검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