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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안전한가' 원전 직접 가보니(연합)

말글 2011. 7. 10. 18:36

'과연 안전한가' 원전 직접 가보니(연합)

핵연료 장전 앞둔 신월성원전 1호기…"일본 원전과 달라요"



(경주=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원자력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독일이 가동 중인 원전 폐쇄 방침을 밝히는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脫) 원전'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세계 6위 원전 보유 국가인 우리나라에도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핵연료 장전을 앞두고 시운전이 한창인 경북 경주 신월성원전 1호기 공사 관계자들은 10일 취재진을 맞아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047040] 유홍규 현장소장(상무)은 공정률 98%로 오는 12월 준공 예정인 신월성원전 1호기로 취재진을 안내하면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핵연료를 장전하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다. 여러분이 마지막 방문단"이라며 맨 먼저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를 가리켰다.

문제의 후쿠시마원전은 사용후 핵연료를 원자로와 같은 건물에 저장해 피해를 키웠지만 신월성원전은 원자로 건물이 아닌 별도의 시설에 사용후 핵연료를 따로 저장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거대한 돔형 건물로 바로 옆 2호기와 함께 쌍둥이처럼 나란히 선 신월성 1호기는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유 상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에 들어간 콘크리트가 32만㎥ 분량인데 신월성 1·2호기에는 두 배에 가까운 62만5천㎥의 콘크리트가 투입된다"며 "그 안에 들어가는 철근도 4만6천t이나 된다"고 말했다.

둥근 돔형 구조도 사고 때 수소가 구석에 쌓여 폭발을 일으키기 쉬운 사각형 건물인 후쿠시마원전과 달리 수소를 분산시켜 폭발 위험을 낮춘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증기 파이프들로 가득 찬 터빈발전기 건물과 원전의 종합 통제·감시 기능을 갖춘 주제어실을 지나니 마침내 원자로 건물로 들어서는 출입문이 나왔다.

이 출입문에는 기압 조절 장치가 돼 있어 외부 공기가 안으로는 빨려 들어가도 원자로 건물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원자로 건물 내부의 오염물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 조치다.

원자로 건물 내부는 핵연료 장전을 앞두고 시운전을 하느라 사방에서 '웽'하는 소리가 울려 옆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정부의 인허가가 나오는 대로 모두 177개의 핵연료 다발이 주입되면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폭 4m, 두께 25㎝ 규모의 원자로 용기가 그 위를 덮는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원자로 내 격납 용기의 부피가 후쿠시마원전의 5배 이상이고 원자로 격납 건물이 120㎝ 두께의 원통형 특수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만약 내부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알려진 대로 후쿠시마원전에 적용된 비등경수로는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바로 터빈을 돌려 외부 충격으로 사고가 나면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된 증기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지만, 한국형 원전에 채택된 가압경수로는 증기발생기를 통해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를 한 차례 걸러서 터빈을 돌린다는 점에서 오염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부의 일제 점검을 거쳐 안전 설계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수소 폭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수소제거설비를 6개만 설치하기로 했다가 21개로 늘렸고, 비상용발전기 건물의 출입문을 방수문으로 교체해 지진해일 피해 예방에 나서는 동시에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한국수력원자력 4개 본부에 한 개씩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유 소장은 원자로 옆에 설치된 4개의 안전주입탱크를 가리키며 "사고가 났는데 냉각수가 부족할 경우 외부에서 연결된 관을 통해 별도의 냉각수 라인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월성원전 1호기를 둘러보니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역력 해보였다.

이와 같은 안전강화 조치들에 대해 한국식 가압경수로와 일본식 비등경수로의 차이, 1960년대 설계(후쿠시마원전)와 2000년대 설계(신월성원전)의 차이, 한일 양국의 지진 빈도 차이 등을 고려하면 과도한 요구 사항이 아니냐는 얘기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국민 불안을 고려하면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체르노빌 사태 등에서 경험한 것처럼 원전 사고의 여파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심정으로 더욱 안전성 제고에 매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내년 말 설계수명 30년이 되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문제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정밀점검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firstcircl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7/10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