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주민투표 책임..시장직 사퇴"
- 10.26 보선까지 권영규 권한대행 체제..시장직 사퇴 자정부로 효력..5년2개월의 시장직 마감
2011. 8. 26.(금)
▲지난 24일 주민투표율 33.3% 획득 실패후 기자회견 자료사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11시 시장직에서 즉각 물러날 것이라고 밝혀 10월26일 보궐선거에서 새 서울시장이 선출될 전망이다.
오세훈 시장은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 무거운 빚을 지운다..저의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 "표 앞에 장사 없다. 유권자가 막지 않는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선심성 복지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증세와 미래세대의 빚 또는 그 둘을 책임지게 될 최대의 희생자는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시민, 바로 나”가 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오 시장은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지난 21일 선언한 바 있으며,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사퇴한다'고 밝힘으로써 5년2개월여의 시장직을 마감하게 됐다.
오 시장은 별도의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날 곧바로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내고 오후5시에 이임식을 가질 예정으로 시장직 사퇴는 이날 자정을 기해 발효된다. 서울시는 새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권영규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오 시장의 퇴진에 따라 그가 추진해 온 서해뱃길사업,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사업 등 주요 정책들도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 오는 10월 26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에 따라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오시장이 밝힌 "서울시민에게 드리는 말씀" 전문이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저는 주민투표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215만 시민여러분께서 투표장을 찾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는 그 결실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복지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투표에 모아주신 민의의 씨앗들을 꽃피우지 못한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시작은 우리시대 복지이정표를 세우겠다는 신념이었지만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것 또한 오늘의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민여러분. 이번 주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地平)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제가 제안했지만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으로 시작되었고, 81만 서울시민은 최초의 주민청구형 주민투표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드셨습니다. 그 서명의 발아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민주주의가 열리는 계기였습니다. 독재시대를 넘긴 민주주의는 인기영합주의를 극복해야 한 단계 더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의 열정과 애국심은 주민투표의 결과로 희생되지 않고, 과잉복지를 경계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민주주의의 새 전기를 만들 것이라 믿습니다. 한나라당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마음을 모아 한나라당다운 가치, 민주주의와 미래가치를 실현하는데 기꺼이 나서 주셨습니다.
다만, 자신의 투표의지를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차마 투표장에 오지 못한 분이 계셨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편 가르기가 투표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지 않았는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자성하게 되었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정치문화를 건강한 담론의 정치문화로 바꿔 나가는 것이 앞으로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무라는 것도 통감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강조됩니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복지방향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해온 지난 몇 개월이 결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웁니다. 또는 그 둘을 한꺼번에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저는 표 앞에 장사 없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유권자가 막지 않는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선심성 복지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증세와 미래세대의 빚 또는 그 둘을 책임지게 될 최대의 희생자는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시민, 바로 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점을 경고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과잉복지와 그토록 고통스러운 싸움을 전개해 왔습니다. 저의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라며 그 재정의 피해는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 저는 지난 5년간 서울시정을 이끌면서 지금껏 걸어온 정치인으로서 일생 중 가장 역동적이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재선의 영광을 주셨지만, 안타깝게도 임기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저는 오늘 물러서지만 주민투표에 참여해 용기 있게 소신을 밝혀주신 215만 유권자의 민의(民意)는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모두가 존중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서울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하여 충언을 드립니다. 21세기 도시 흥망은 ‘아름다움’으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시행정으로 폄하하는 한 서울은 초일류도시, 품격 있는 세계 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없습니다. 삶의 휴식공간을 늘려가고 다듬는 일을 토목건축이란 이름으로 깎아내린다면 서울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습니다.
어려운 분부터 보듬어가는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우리 서울이 아름다운 품격을 갖춘 존경받는 세계도시, 어려운 분들이 먼저 배려 받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기를 갈망합니다. 그동안 시민여러분께서 베풀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011년 8월 26일 서울특별시장 오 세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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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리 - '바른선거문화연구소' 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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