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마다 뭉칫돈 전달… '곽의 2억' 말못할 사정 있나(조선)
곽노현 교육감, 돈 출처 설명 안해 의혹 커져]
2억 전액 현금으로 전달 - 부인 계좌서 3000만원 인출
1억7000만원은 출처 안밝혀… 곽노현 측은 "개인 돈이다"
검찰, 자금 출처 추적 - "시교육청 예산 전용했거나 시민단체 자금 가능성도"
조선일보 | 이항수 기자 | 입력 2011.08.31 03:31 | 수정 2011.08.31 04:42
<곽노현 (58) 서울시교육감이 박명기 (53)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善意)'로 주었다는 2억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검찰이 파악한 이번 사건의 개요는 ▲작년 '6·2 지방선거' 직전 곽 후보가 박 후보에게 '단일화에 응하면 선거 후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고 ▲교육감에 당선된 뒤 박 후보 측에서 4~5차례의 약속 이행 압력을 받다가 ▲올 2~4월에 5차례에 걸쳐 2억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30일 오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곽 교육감은 2억원을 절친한 친구인 방송통신대학 강모(58) 교수에게 줬고, 이어 박 교수 동생의 인척인 최모(여)씨→박 교수 동생(45)→박 교수의 순서로 은밀하게 전달됐다. 곽 교육감은 2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강 교수에게 전달했으나 강 교수로부터 돈을 받은 최씨가 박 교수 동생에게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면서 매회 송금한 액수와 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일절을 제외하고 2월 22일부터 3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 5000만원, 4000만원, 2800만원, 4200만원이 전달됐고, 마지막으로 4월 8일에 4000만원이 전달되면서 은밀한 전달작업은 일단락됐다.〈 그래픽 참조 〉
2억원의 출처에 대해 곽 교육감은 지난 28일 "선의에 입각해 2억원을 지원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이후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곽 교육감의 한 측근은 "곽 교육감이 주식 등 이것저것 해약해서 만든 개인 돈으로 안다"며 "교육감이 무슨 돈이 있겠느냐. 어렵게 마련해서 주느라 여러 차례 나눠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인이 의사이고 본인은 교수인데 2억원도 마련하지 못하겠느냐"고도 말했다.
곽 교육감은 작년 7월 1일(8월 31일자 관보) 예금자산 3억4200만원을 갖고 있다가 선거비용 보전으로 35억2900만원을 받은 이후인 12월 31일(올 3월 25일자 관보)에는 예금자산이 9억600만원으로 5억6000여만원이 늘었다.
곽 교육감 측 주장은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자산이 많았고, 보험이나 증권, 은행에 예치했던 일부 금융상품을 해약하거나 인출해 현금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5억원대의 예금자산 중 부인 정모씨 명의로 된 미래에셋증권의 마두점에 예치됐던 3000만원이 2월 16일 현금으로 인출된 것으로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 최초 5000만원이 2월 22일 전달되기 6일 전이었다.
곽 교육감 측 주장이 맞다면 나머지 1억7000만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검찰은 "곽 교육감을 직접 조사해야 전모를 알 수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2억원 중 일부라도 부부의 개인 재산이 아니라 시교육청 예산을 일부 전용한 돈이거나 시교육청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받은 돈,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돈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은 "남의 돈을 받거나 공금을 빼내 쓸 사람이 아니다"고 말한다.
시교육청 주변에서는 사교육 시장에 몸담았던 곽 교육감의 측근 A씨가 자금을 대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차라리 나한테 빌려 달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입력 : 2011.08.31 03:20
고교 윤리교사 "100만원 받은 교장을 부패로 단속한 사람이…"
전교조 발행 기관지서 사퇴 불가피론 제기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전교조가 자신들이 발행하는 신문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퇴 불가피론을 제기했다.
29일 전교조가 발행하는 '교육희망' 인터넷판은 '2억 폭탄 맞은 서울 교육, 어디로 가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곽 교육감이 선의(善意)로 2억원을 박명기 전 후보(서울교대 교수)에 전달했다고 하지만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곽 교육감은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 ▲ 3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회원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이어 "박 후보가 '7억원을 받기로 했으며 기존에 수령한 2억 또한 대가성이라고 (검찰에서) 자백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검찰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작성한 곽 교육감에 대한 요구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곽 교육감이) 수사망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교육희망'은 또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도 (곽 교육감은)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서울시교육감이란 자리가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특수한 지위란 점에 비춰보면 더 그렇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100만원을 받은 교장을 부패로 단속한 교육감이었는데, 이후에도 이런 모습을 과연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한 고교 윤리교사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교육희망은 또 "곽 교육감 선거 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들도 28일부터 29일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라며 "충격에 빠진 일부 대표들은 밤샘 논의에서 사퇴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고 했다.
전교조 교사들 사이에서도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준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남의 김모(34) 교사는 "전교조는 '촌지 거부 운동'을 했던 조직으로서, 어떤 이유로든 2억원을 줬다는 것은 비난받을 행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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